키코 피해 '제동'..법원 결정 근거는

2008. 12.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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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피해 감안…은행 설명의무 강조(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30일 서울중앙지법이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예견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낸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가 키코로 인해 각각 20억 원과 273억 원의 거래 손실을 입는 등 시장에서 신용도 하락과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의 해지 의사가 표시된 후에는 키코의 효력을 긴급하게 정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키코 계약 자체가 기업이나 은행에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계약 당시에 당사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범위까지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계약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키코 계약 당시에는 기업과 은행 모두 환율이 계약 기간 동안 일정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고 이후 당초 예견하기 어려웠던 환율 급등이 발생했는데도 계약에 구속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기업의 손실이 막대해졌고 이로 인해 기업과 은행 사이의 거래 손익 사이에도 엄청난 불균형이 생겼지만 이런 경우 계약 조건을 변경하거나 계약을 조기 종결하는 등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계약 내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고려 됐다.

법원은 또 키코 계약의 주된 목적이 `환위험 방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이 계약의 적합성을 미리 점검하고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환위험을 막기 위한 상품에 가입한 뒤 오히려 환율 급등으로 무제한적 환위험에 직면했다면 은행이 미리 기업에 적합한 방식의 거래 조건을 찾아 계약을 맺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환율 급등이 기업의 무제한 손실로 이어지는 키코의 구조를 고려하면 은행이 계약 당시부터 그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키코 계약 자체가 부당하다는 판단은 아니다.재판부는 기업이 이익을 보는 환율 구간은 한정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실현 확률이 높고 반대로 은행이 이익을 보는 구간은 이론적으로 무한대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무척 낮아 양 측의 기대이익이 같다면서 구조 자체가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모나미 등 2개 기업이 낸 가처분 신청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키코 계약에 대해 법원이 첫 판단을 내놓은 것이라 앞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줄줄이 가처분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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