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통화 스와프 진실게임'

2008. 11. 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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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우리가 계약 당사자 국제 관례 무시하고 재정부가 미리 흘려"기획재정부 "한은, 처음부터 반대 재정부가 차린 밥상 숟가락만 얹으려 해"

한ㆍ미 통화스와프라는 국가적 대사는 성사시켰지만, 산파역할을 했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간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극비리에 추진된 진행과정을 두고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설명을 거듭하면서, '진실게임'공방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발단

갈등은 지난 주 스와프협정 체결 전날(10월29일) 저녁 재정부 고위간부가 언론에 체결예정 사실을 흘리면서 시작됐다. 다음날 4개국(한국 싱가포르 브라질 멕시코) 공동발표 일정에 맞춰 극비리에 일을 추진하던 한은은 당혹해 했고, 체결당일 재정부가 "이번 협정은 강만수 장관이 주도했다"고 강조하면서 감정은 더욱 상했다.

한은 측은 "재정부가 국제 관례도 무시했고 협정 당사자인 중앙은행을 깔아 뭉갰다"고 분노했고, 재정부는 "줄곧 소극적이던 한은이 재정부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뒤늦게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고 괘씸해 했다.

며칠 잠잠한 듯 했던 갈등은 5일 "이성태 한은은 총재가 강만수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협정체결사실을 미리 언론에 흘린 재정부 인사를 문책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재정부 간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다시 폭발했다. 그동안 '서로 싸우는 걸로 비치면 좋을 게 없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해 온 한은은 이날만은 묵었던 감정이 폭발한 듯 재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엇갈리는 주장

강 장관과 전화통화 내용이 재경부 인사의 입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자, 이 총재는 크게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은은 "협정체결사실을 미리 흘리고 자신들의 공으로 과도하게 홍보한데 대해 강 장관이 이 총재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는 사실을 이날 공개함으로써, '맞불'을 놓았다.

한은 설명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화통화에서 사과하는 강 장관에게 "말로만 하실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은은 이 총재의 이 말이 앞으로 실질적 정책파트너로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재정부가 이를 특정인사의 문책으로 곡해 또 다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중앙부처의 특정 인물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스와프 대상 4개국중 우리만 미리 사실이 새나가고 협상을 마치 양국 정부가 주도한 것처럼 강조함으로써 FRB가 미 재무부 산하기관인 듯한 인상을 줬다"며 "앞으로 실제 스와프 과정에서 FRB가 불이익을 줄 수도 있고 내년 4월 만기 때 혹시 연장이 필요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정부도 발끈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은이 그렇게 나오면 여기선 더 얘기 안 하는 게 좋겠지만 과연 한은처럼 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통화스와프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한은은 총재 이사 등 고위진이 한 목소리로 말도 안 된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라며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자기 들이 주도했다는 식으로) 저러는 건 언론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싸늘한 여론

두 기관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우선 속사정이야 어쨌든 재정부가 국제관례를 깨고 스와프 협정 체결 사실을 미리 흘린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는 게 중론. 그리고 그 배경에는 '코너에 몰린 강장관 살리기'라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추측이다.

그러나 한은의 행태도 결코 대승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다. 밝히기 곤란한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한은 스스로의 위상확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기관 모두 똘똘 뭉쳐 불을 꺼야 할 소방 당국인데 이렇게 다투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두 기관의 이번 갈등은 우발적이라기 보다는, 해묵은 대립과 감정대결이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 재정부의 오랜 우월의식, 한은의 오랜 피해의식, 그리고 새 정부 출범 후 쌓여온 정책적 이견 등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만수-이성태'체제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분위기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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