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난 시장, '안전자산 투자' 기본에 충실하라

2008. 9. 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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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숙혜기자][[머니위크]미국發 금융위기 대처법]

숨을 돌릴만하면 태평양 건너 찾아드는 비보가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 매각, AIG 위기 등 민족 최대 명절에 한꺼번에 날아든 메가톤급 악재에 주식시장은 또 한번 공황상태에 빠졌다. 돌발 악재가 터질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는 흉흉하기만 하다.

영국의 바클레이즈가 리먼 브러더스의 일부 사업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AIG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시장은 다급한 국면을 넘겼지만 여전히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이번 금융위기의 원흉이 된 파생상품의 특성상 정확한 부실의 규모를 집계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되지 않아 급한 불을 다 껐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위기의 파장이 실물 경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어려운 만큼 자산 가격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국내외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증권사와 은행의 영업점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손실 난 펀드를 들고 손절매를 고민하는가 하면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로 돌아서는 등 대처법도 여러 가지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식시장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투자자금을 안전자산에 대기시킬 것을 주문했다. 또 손실이 발생한 펀드의 경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달러화의 추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운행에 만전…원금보장 우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비상사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신념만으로 공격적인 베팅을 하기에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자산운용 관계자들의 얘기다.

수익 창출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투자에 집중할 때라는 것.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FP는 "모든 자산을 채권이나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만 묶어둘 필요는 없지만 투자 자금의 50% 내외를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재무설계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때"라며 "지난해까지 4년가량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강세를 보이는 사이 기본적인 원칙마저 지키지 않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추가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1~2년가량 묶어둘 수 있는 여유 자금을 고금리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다.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라면 은행채나 카드채보다 국채나 우량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편이 수급과 위험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경기 둔화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속하는 금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일부 자산을 편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당분간 주식을 잊어라, 급반등 없어

국내외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에서 당분간 주식을 잊으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경제학 교수는 이번 사태가 대공항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단언하며 이른바 12단계 위기론을 다시 끄집어 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최고투자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1956년 이후 9차례의 약세장에 S&P500 지수는 평균 33%의 낙폭을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40% 이상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시점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펜 파이낸셜그룹의 매튜 맥콜 대표는 "당분간 주식은 잊어야 하며, 특히 금융주는 눈길도 줘서는 안 된다"며 "패닉이 지나면 펀더멘털을 갖춘 종목이 두각을 나타내겠지만 아직은 매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가도 마찬가지.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은 "미국의 금융업계가 안정을 찾는다 해도 경기 하강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복병이 해소되지 않았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도 국내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적립식투자나 개별종목 위주의 접근은 유효하지만 시장을 보고 베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길게는 2010년 상반기까지 약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관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성급한 행동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매도 역시 반등이 나올 때마다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실 난 펀드, 지역별로 해법 달리해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900선을 뚫고 내려갔다. 이보다 앞서 홍콩A주는 1만선이 깨졌다. 양대 지수는 사상 최고점 대비 각각 3분의 1토막, 2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자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 뿐 아니라 대표적인 이머징마켓인 이른바 '브릭스'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손절이나 환매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경우 급격한 추가 하락보다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매보다 기다릴 것을 권했다. 특히 고점에서 가입한 투자자일수록 지금 환매했다가는 머리에서 사서 발목에서 파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러시아를 포함해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대 고수익을 올린 지역의 경우 반등이 나올 때마다 부분 환매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역시 코스피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한 만큼 군중심리에 휩쓸려 성급하게 환매할 것이 아니라 공포심리가 진정되면서 반등하는 시기를 틈타 비중을 줄여야 한다.

◆달러 사응세 지속, 추가 상승에 대비해야

달러화는 점진적인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인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데다 유럽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이밖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해 투자자금을 송금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등 국내외 여건이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호 원장은 "달러화는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자녀 유학 자금을 포함해 달러화를 송금해야 하는 경우 기간을 분산하거나 정기적으로 외화예금을 통해 달러화를 매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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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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