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3無 늪'에 빠져 있다

2008. 4. 2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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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기업이 나서라] 성장 정체… 과감한 미래투자 필요한 때

# 인력. 건국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조선현장. 월급으로 보나 후생으로 보나 최고 직장이지만 이곳엔 젊은이가 없다. 생산직 평균연령은 무려 46세. 업계 관계자는 "젊은 이들은 블루컬러를 무조건 기피한다. 우리의 최대 위협은 일본도 중국도 아닌 바로 고령화와 인력난"이라고 말했다.

# 지식. 지난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 한국기업으론 유일하게 삼성만 58위(118억달러)에 랭크됐다. 그나마 1년새 14단계나 추락.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브랜드파워가 떨어지면 제값은 못 받는다. 한국기업의 생산능력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디자인 브랜드 특허 같은 지식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하위권이다.

# 협력. 지난달이후 주물업계가 원자재가격 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 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을(乙)'이 '갑(甲)'을 향해 집단행동을 하겠는가"라며 "더 이상 대기업이 말하는 상생, 협력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서 있다. 시동까지 꺼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정차상태다. 더구나 엔진은 서서히 식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두 달.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정부를 탄생시켰고, 이명박 정부는 전면적 규제철폐로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성장엔진의 속도계도 여전히 그 지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두 달이고, 서브프라임 후유증과 인플레가 뒤엉킨 열악한 대외경제환경을 감안한다 해도 최소한의 변화기운은 느껴져야 하는데, 국민들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규제가 덜 풀려서? 경기가 나빠져서? 아니다. 해답은 기업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정부역할이 중요하다 해도 투자 고용 부가가치창출의 주체는 언제나 기업이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 한, 경제는 한치도 전진할 수 없다.

'규제완화=투자재개'란 항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지금 같아선 출자총액제한을 없애고,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하다못해 모든 전봇대를 뽑아치운다 해도 투자가 쉽게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세계 500위(포천 선정)에 속하는 한국기업은 2000년 12개에서 지난해 14개로 고작 2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가히 '성장정체증후군'이라 진단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국경제가 위기인 것이 아니라, 한국기업이 위기인 것이다.

한국기업은 '3무(無)의 늪'에 빠져 있다. 3대 성장 필수요소인 ▦사람 ▦지식 ▦협력이 없는 것이다. 산업현장엔 젊은 인력이 없고, 연구소엔 고급두뇌가 없다. 첨단기계는 있지만, 원천기술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같은 소프트웨어는 초보상태다. 출혈경쟁과 대립만 존재할 뿐, 시너지를 위한 대기업간, 대ㆍ중소기업간 협력시스템은 고장나 있다.

'3무(無)병'을 치유하지 않는 한 한국기업엔 미래가 없다. 동시에 한국경제의 미래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문제는 축적된 지식과 글로벌 역량부족에서 오는 성장성 부진"이라며 "기업들이 기존 사업의 효율화에만 매달리기보다 보다 과감하게 미래 성장의 파이를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어쨌든 규제는 풀리고 있다. 일하려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 삼성 사태도 매듭단계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정부나 외부변수만 탓해선 답이 안 나온다. 이젠 기업이 나서야 한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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