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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가부장시대 여성상” 반발… 한은 고액권 초상인물

경향신문 | 입력 2007.11.05 18:11

 




절차·적합성 싸고 논란 증폭

한국은행이 5만·10만원 초상 인물로 신사임당백범 김구를 최종 선정했으나 고액권 초상 인물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들은 5만원권 초상 인물로 선정된 신사임당에 대해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낸 현모양처(賢母良妻) 여성상을 선정한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사임당의 표준 영정을 그린 고(故) 이당 김은호 화백의 친일 행적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신사임당 선정, 적절했나=신사임당이 5만원권 초상 인물로 선정돼 우리나라 지폐에 사실상 처음으로 여성이 등장하게 됐지만 정작 여성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여성단체인 '문화미래 이프'의 엄을순 대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후진국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공표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은경 정책부장도 "여성이 화폐 인물 초상으로 선정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여성이 선정됐어야 한다"며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낸 현모양처 이미지의 신사임당이 선정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5만원권에 사용될 신사임당의 표준 영정도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신사임당의 표준 영정을 그린 김은호 화백은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문화계의 대표적 친일 인사이다. 이에 따라 신사임당의 고향인 강릉시는 표준 영정 교체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도 이를 의식해 "신사임당의 표준 영정 대신 화폐초상용 인물화를 별도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사임당(師任堂)이라는 당호가 중국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사모한다는 뜻의 사대주의 사상이 들어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사임당의 아들인 율곡 이이가 이미 5000원권의 초상 인물로 채택돼 있는 데다 5000원권의 뒷면 보조소재에 신사임당이 그렸다는 '초충도(草蟲圖)'가 채택돼 있어 기존 지폐와의 통일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눈치보기' 인물 선정도 비판 목소리=한은은 당초 고액권 초상 인물 선정을 지난 9월 말이나 10월 초쯤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은은 김구, 신사임당, 장영실, 안창호 등 최종 후보군 4명을 선정하고도 정부와의 협의 등을 이유로 한달이나 발표 시기를 늦춰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 데다 화폐도안자문위원들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 등 '밀실선정'을 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이승일 부총재는 "공청회에서는 후보 인물과 발표자를 선정하기 어렵고, 자칫 후보 인물에 대한 '흠집내기'로 여론이 분열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대신 전문가 150명의 의견을 받고, 한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여론 검증을 거치는 등 최대한으로 국민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정된 초상 인물에 대한 반대세력과 광개토대왕, 단군, 유관순 등 탈락한 인물들을 지지했던 사회단체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 보수세력들은 김구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자칫 '이념논쟁'으로 번질 기미도 엿보인다.

〈김준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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