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화재, 보험사기 병원에서 합의금 받아 손실보전 의혹

안재만 기자 2016. 9. 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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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보험금 청구가 과도한 병원을 자체 조사해 불법 행위를 적발한 뒤, 손해 배상 명목으로 합의금을 챙겨왔던 정황이 12일 확인됐다.

삼성화재 본사(좌), 삼성화재와 A병원이 맺은 업무협약서(우) /조선DB

조선비즈가 입수한 삼성화재와 A병원이 맺은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A병원은 환자에게 과도한 보험금을 부담하게 해서 삼성화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인정하고, 삼성화재에 5500만원을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변제하겠다고 명시했다.

양측은 또 본 협약서 및 사건 내용을 내·외부에 유출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A병원은 언제까지 얼마를 삼성화재에 납부할 것인지를 약속하는 ‘변제확약서’를 따로 삼성화재에 써 줬다.

A병원 측에 따르면, 이 병원을 내원한 보험 가입자들은 총 7000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삼성화재에 청구했다. A병원 주장대로라면 삼성화재는 보험금의 80%에 가까운 금액을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회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상대방과 합의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양측이 이렇게 비공개로 합의한다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실손보험의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왜곡돼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 산정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보험사가 돈을 돌려 받는 구조가 양측만 입을 다문다면 외부에 알려질 길이 없어 회계가 투명하지 않다.

◆ ‘업무협약’으로 실손보험 손실 보전하는 보험사

일부 의료인들은 보험사와 병원이 비공식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업계에 만연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개업의는 “최근 도수치료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보험사들은 도수치료 전문 병원을 기습 방문해 의료법 위반 행위를 수집한 뒤 합의를 종용해온다”면서 “대부분 이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있고, 의사들은 보험사와의 소송전이 부담돼 꼬리를 내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또 “보험사들은 도수치료 때문에 보험사가 망할 지경이라고 엄살을 떨지만 우리가 알기로는 병원으로부터 상당액을 회수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보험사와 병원 간 거래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보험 가입자들이다. 해당 년도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왜곡되어 보험료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에 가깝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들어 올 들어 실손보험료를 최대 20~30%씩 일제히 인상했다.

그래픽 = 이진희 디자이너

최병천 전(前)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시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의료 기록을 가져오는 것은 보험사들이 추진하는 그림 중 하나이며, 이와 관련한 삼성 내부 보고서도 있다”면서 “실손보험은 실손보험대로 악화시키면서 동시에 직접 병원과 합의해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부실이 심각하다고 보고 실손보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비밀리에 상당액의 손해를 만회하고 있었다면 당국의 보험료 자율화 정책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 전문가들 “불투명한 합의 체계는 문제”

보험사와 병원이 직접 합의한 뒤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현재의 합의 체계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 감사 경험이 있는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보험사가 회계법인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감추려면 얼마든지 감출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합의와 관련한) 입금 내역 등을 보험사가 제공하지 않는다면 외부로 공표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로부터 이런 사례가 있다는 보고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병원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할 수 있는 사안이지,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 처리를 한다면 잡수익(관리외 수익)과 같은 형태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사와 합의했다는 것은 병원 측도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다는 의미”라며 “민사소송을 낸 뒤에 양측이 합의한 사항이었기에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사기 병원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며, 병원에서 돌려받은 합의금은 전부 보험금 환수 이익으로 처리해 전체 지급된 보험금 규모에서 삭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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