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금융거래 시스템 '블록체인' 뜬다
[경향신문] ㆍ중개기관 대신 거래 참여자들이 검증…장부 작성 공개로 ‘신뢰’
ㆍ세계 주요 은행 테스트 마쳐…제조업·부동산 분야로 확대될 듯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거래 시스템으로 고안된 ‘블록체인(Block chain)’이 새로운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금융 분야에서 기술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데 향후엔 제조업, 부동산 거래 등 사실상 기록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IBM 본사의 안재훈 금융산업 기술 책임자(CTO)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에서 금융기관 몇 군데와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블록체인은 금융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제조업, 유통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은 뉴욕에 ‘IBM 블록체인 연구소’를 열었으며, 앞으로 유럽 및 아시아 금융시장에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이란 쉽게 설명하면 거래할 때 장부 책임자가 없는 시스템이다.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검증을 하고, 참여자의 합의로 같은 장부를 보관하는 것이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장부는 해당 거래 정보를 ‘블록’으로 만들고, 이 블록을 기존 장부에 연결한다. 이렇게 블록들이 꼬리를 물며 ‘블록체인’이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거래의 모든 기록이 공개된 거래 장부에서 작성되고, 거래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안과 신뢰도도 높아진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이 선도적으로 블록체인 도입에 나서는 것은 금융거래에 이 기술이 도입되면 현재처럼 거래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중개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도입으로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미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주요 22개 글로벌 은행들은 ‘R3CEV’라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블록체인 적용 시스템을 테스트했고, 향후 실제 적용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외환송금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금융을 넘어 기록이 필요한 모든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를테면, 부동산이나 중고 자동차 거래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거래 이전에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 그동안 어떤 공사나 부품 교체를 해왔는지 등의 검증 절차를 기존의 블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검증할 수 있다. 병원에 도입하면 진료 후 처방전을 받지 않아도 바로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
각국 정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남미의 온두라스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최첨단 국가 토지대장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이를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계약, 광물권리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과 연계한 전자시민권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책임자가 없어 잘못된 거래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거나 거래를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익명성에 따라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로 이어질 가능성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해 한국도 관련 생태계 조성과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보안 장치 마련에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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