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몰린 동남권 경제벨트 '휘청'..은행들 늘린 대출 '옥죄기'

권화순|최동수 기자|기자 2016. 4. 25.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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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동남권 대출 5년간 58% 확대..구조조정 우려에 기업대출 축소·가계대출도 '깐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최동수 기자] [은행권 동남권 대출 5년간 58% 확대…구조조정 우려에 기업대출 축소·가계대출도 '깐깐']

조선업 등이 주된 지역산업인 동남권 경제벨트가 휘청거리자 수년간 이 지역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확대했던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돌입했다. 은행권은 조선업, 자동차, 건설업 호황기였던 지난 5년간 동남권 지역 대출을 평균 증가율보다 높은 60%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지역에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이 집행한 원화대출금 잔액은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총 284조4894억원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11년 2월 179조2788억원에 비해 58.9%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전국 원화대출 잔액은 1001조2390억원에서 1357조2230억원으로 35.6%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동남권 주요 시도의 은행권 대출 증가율이 과거 5년 간 전국 평균 대비 2배 가까웠던 셈이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증가율이 64.3%로 가장 가팔랐고, 경북과 경남지역도 각각 61.6%, 63.0%로 역시 60%대를 넘어섰다. 기업대출 증가추세도 뚜렷했다. 동남권 벨트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지난 5년간 52.3%로 전국 평균 39.0%를 크게 웃돌았다.

은행권이 동남권 벨트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해 준 것은 이 지역에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와 대형 자동차 제조사가 밀집한 영향이 크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건설업종 대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은 조선업 대출지원을 많이 했고 일반 은행들은 주로 부동산 경기활황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많이 늘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 구조조정을 신호탄으로 동남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자 은행권이 경기동향을 체크하면서 늘렸던 대출을 줄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유가 관련 6종 업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이들 업종에서 3조원의 여신을 줄였는데 이중 조선업종에서만 1조5000억원을 줄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부진 충격으로 하청업체와 자영업자가 고사 직전"이라며 "현대중공업 협력사 64곳 폐업했고 2년 전 웃돈을 주고도 원룸 매물을 찾기 힘들었던 울산이 원룸 급매가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역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지방은행도 연초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다. 대기업 대출은 한도만 갖고 있어도 자본비율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신규대출에 대한 대출심사도 강화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50억원 수준으로 대출했던 중소기업에 대해 최근엔 20억원 미만으로 집행하고 있고 보증서 대출, 담보가 있는 상가대출 위주로 KPI(영업점성과평가지표)도 조정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협력사들이 줄도산하면 지역 경기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들은 가계대출 여신심사도 강화했다. 특히 아파트 집단담보대출의 경우 동남권은 사실상 은행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 주택건설업체들이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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