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징계 공언' 금감원 헛발질.. 만신창이 된 KB금융

김영진 기자 2014. 8. 2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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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사전통보' 임영록회장·이건호행장 경징계로 결정] 금감원 무리한 징계 추진 KB금융 두달 이상 경영 마비.. 국민은행 대출증가 거의 제로 금감원 실무진의 반대에도.. 최수현 원장, 사전통보 강행 KB사태 더 악화됐다는 분석도

KB금융 내분 사태를 일으킨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경징계로 결정나면서, 금융감독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금융 당국은 KB금융의 두 수장을 중징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됐고, 금감원의 무리한 징계 추진 탓에 KB금융은 두 달 이상 경영 마비 상태에 빠져 쑥대밭이 됐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시작된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금융 임직원 91명에 대한 제재심의는 11시간의 격론 끝에 '경징계'로 결론이 났다. 민간전문가가 주축인 제재심의위원회는 "전산 장비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로 연결된 확증이 없어 중징계는 무리"라는 결론을 냈다. 두 사람이 KB금융 내부를 시끄럽게 만들긴 했지만, 그건 주주나 이사회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게 중론이었다고 한다. 금감원이 두 달 이상 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의 경영은 엉망이 되었다.

◇만신창이 된 KB금융

지난 6월 금감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이후 KB금융은 만신창이가 됐다. 두 CEO(최고경영자)가 본인들의 구명(救命)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법무법인을 동원해 '무죄(無罪)'입증에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은행의 차장급 직원은 "회장과 행장이 딴 데 눈이 팔려 있는데, 직원들 일손이 잡히겠느냐"고 말했다.

통상 은행들은 6~7월에는 하반기 수익·매출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하반기 경영전략'을 별도로 수립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마저도 건너뛰었다. 영업 실적도 엉망이 됐다. 중징계가 통보된 지난 6월 한 달 동안 국민은행의 대출 증가액은 거의 제로(0)였다. 경쟁 은행들이 같은 기간 최대 1조원 넘게 대출 실적을 늘릴 때 국민은행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행장과 회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KB금융지주엔 '줄 서기' 고질병이 도졌다. 지주사 임직원, 부행장 등 임원, 부장급 직원까지 줄 서기에 나선 것이다. KB금융의 한 직원은 "6월 제재심의가 시작된 이후 회장과 행장 중 한 명은 나간다는 얘기가 돌면서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줄 서기를 강요당했다는 직원도 있다. 또한 징계가 임박해 오면서 KB생명·KB자산운용·KB투자증권 등 5개 계열사 대표와 은행 일부 임원들의 임기가 끝나 인사를 해야 했지만, 모든 인사가 보류되는 등 경영 공백 상황도 벌어졌다.

◇금감원, 무리한 징계권 행사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감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감원은 '검사권'을 휘두르며 KB금융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금감원이 이번 KB사태와 관련해 검사를 시작한 것은 도쿄지점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 금감원은 과거 회장, 행장 재임 시절 사안인 카자흐스탄 은행에 대한 부실 투자 사건까지 들춰냈다. 여기에 국민주택채권 위조사건,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건, 전산장비 교체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금감원은 사안마다 KB금융에 대해 검사권을 발동했다.

금감원은 결국 지난 6월에는 회장과 행장에게 동시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KB금융 회장과 행장을 모두 물러나게 하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금감원 내부에서도 "무리하게 사전 통보했다가는 제재심의에서 뒤집힌다"며 실무진은 강력하게 반대를 했지만, 최수현 원장은 중징계 방침을 강행했다. 하지만 결론은 경징계로 끝나버렸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KB금융이 엉망이 된 것은 1차적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을 포함한 KB금융 임직원 책임이지만,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무리하게 검사와 제재를 강행하면서 KB사태가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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