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 친구는 4%.. 분통 터지는 마통(마이너스 통장) 이자

박유연 기자 2014. 8.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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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같아도 은행별로 2% 差.. 마이너스통장 금리, 첫 공개합니다] 공시 의무 없어 은행따라 천차만별, 가까운 은행 갔다간 손해 볼 수도 신용등급 높다면 산업은행이 유리.. 신용 4~8등급은 하나銀 두드려야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변호사 김모(37)씨는 최근 친구들과 저녁 자리에서 재테크 얘기를 하다가 기분이 확 상했다. 급할 때 돈을 꺼내 쓰는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가 본인은 연 6%가 넘는 반면에, 연봉이 5000만원 내외인 직장인 친구들은 4%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신용등급이 1등급이고 빚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나만 금리가 높은 게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원인은 거래하는 은행에 있었다.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는데, 이 은행의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유달리 높았던 것이다.

새누리당 신동우(서울 강동갑)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3일 본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같더라도 어떤 은행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최대 2배로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각 은행 마이너스 통장의 신용등급별 금리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등급별로 최대 2배 금리 차이

신동우 의원실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데엔 산업은행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은 1등급 고객에게 평균 4.8%(연금리 기준·이하 생략)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하나(4.9%)와 신한(4.93%)이 4%대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같은 1등급이라 하더라도 외국계인 SC은행은 7.21%의 고금리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외국계인 씨티은행이 7.1%였고, 광주(5.98%), 대구(5.92%) 등도 높은 편이었다.

신용등급이 중간 계층인 사람들은 하나은행이 가장 유리하다. 4~8등급까지 하나은행은 평균 5.12~6.74%의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반면 같은 계층에서 씨티은행은 8.27~11.03%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신한은행을 이용하는 게 가장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9등급에게 평균 7.74% 금리를 적용해 가장 낮았고, 10등급은 8.69%로 경남은행(8.38%)에 이어 2번째로 낮았다. 반면 9등급은 씨티(14.58%), 10등급은 대구(12.31%)의 금리가 제일 높았다.

신동우 의원은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할 때엔 무조건 주거래은행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여러 은행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도 제각각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할 때는 얼마까지 대출을 쓸 수 있는지 한도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역시 은행별로 차이가 컸다. 1등급의 경우 하나은행이 평균 4400만원의 한도를 부여해 가장 높았다. 4400만원까지 필요한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산은(4200만원), 신한(3600만원), 우리·외환·씨티(27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1등급이더라도 제주(1600만원), 경남(1800) 등은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한도만 적용했다.

10등급의 경우 하나(1600만원), 씨티·농협(1300만원)의 한도가 높았고, 부산과 제주은행은 각각 60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금리 공시해 금리 부담 낮출 기회 줘야"

신용등급별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와 한도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연체율을 고려한 금리 산출 기준이 은행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각 은행은 대출 상품별로 연체율 등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며 "주로 서민과 거래해 마이너스 통장 연체율이 높은 은행들은 금리를 높게 설정하고, 직장인 등과의 거래가 많아 연체율이 낮은 은행들은 금리도 낮게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차이를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수시로 금리가 바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금리를 공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까이에 있거나 가장 거래가 많은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금리 부담을 충분히 낮출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신동우 의원은 "마이너스 통장도 다른 대출 상품처럼 금리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이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은 은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 감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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