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위기, 전체 가계소득 끌어내린다

2014. 7.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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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④

한국 자영업 비중 28%로 높아무급 가족종사자까지 700만명기업 영업잉여 연간 9.2% 늘때자영업은 1.4% 그쳐…소득 정체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6년째 브랜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오대환(가명·53)씨는 지난달 손익계산을 두드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의류 쪽은 원래 1~3월 비수기에 떨어진 수입을 4~6월 성수기에 메꿔야 하는데, 오히려 400만원이나 적자를 봤다. 임대료와 직원 1명의 인건비 등을 포함한 비용만 1100만원에 달했지만 매출이익은 7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오씨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린 지 오래인데다, 세월호 침몰 사건 여파로 외부 모임이나 행사가 줄어들면서 옷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20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오씨와 같은 자영업자의 수는 지난 6월 기준으로 572만6000명에 달한다.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의 일을 돕는 사람들(무급 가족종사자)까지 합하면 701만7000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의 27% 수준이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떨어지면 이는 다시 내수경기의 발목을 잡는다. 이 때문에 불황의 늪에 빠진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체 가계소득을 끌어올리고 내수 활성화를 촉진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2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에 견줘 월등히 높은 편이다. 터키와 그리스, 멕시코 다음으로 높으며 미국(6.8%)이나 독일(11.6%), 일본(11.8%)에 견주면 2~3배나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충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인력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2003년 정점(619만명)을 찍었다. 이후 2003년 신용카드 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 등에 따른 내수 부진 여파로 점차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560만~570만명 수준이다.

일을 하는 10명 가운데 3명꼴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들의 소득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의 제도부문별 소득계정 분석 결과를 보면, 2000~2012년에 '가계 영업잉여'의 연평균 증가율은 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영업잉여는 자영업 소득의 추이를 볼 수 있는 지표다. 같은 기간에 기업(비금융법인)의 영업잉여는 연평균 9.2%씩 증가했으며, 임금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인 '피용자보수'도 7.0%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인 가구의 비율을 가리키는 '상대적 빈곤율'도 자영업 가구는 무려 20.9%(2인 이상 도시가구·근로자가 아닌 가구주 기준·은퇴자 등 포함)로, 임금노동자 가구(7.2%)와 전체 가구 평균(11.8%)에 견줘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런 자영업자의 소득 부진은 전체 가계소득 수준을 끌어내리고 소득불평등을 키우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자영업의 위기는 불안정한 고용시장으로 인한 과당경쟁, 장기간의 내수부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등 3중고가 겹친 탓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자영업은 임금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인력들이 비자발적으로 들어가면서 비정상적으로 커진, 저개발국의 특성을 띠고 있다"며 "노동시장에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상당수 자영업자들을 임금노동자로 전환시키는 한편, 대기업의 약탈적 시장진입을 막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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