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피해 범죄자, 가족·제3자 은닉재산까지 환수'..걸림돌은 없나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범죄자 본인의 재산 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범죄자의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하겠다는 내용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일명 '김우중 법'이 이와 비슷하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보면 고액 추징금의 경우 추징금 미납자의 가족 등 제 3자의 재산이 범인의 은닉 재산으로 확인되면 이를 범인 명의로 돌려놓는 '사해 행위(빚이나 세금 등을 물지 않으려고 제3자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 취소 소송' 절차를 거치치 않고도 강제로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금은 범인이 그 가족이나 측근 등의 명의로 재산을 숨겼을 경우, 민법상 '사해 행위 취소 소송' 절차를 거쳐서 가족이나 3자의 재산을 범인의 명의로 돌린 뒤에나 몰수가 가능한데 이런 절차 없이도 재산을 환수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법을 만든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완납을 약속하면서 18조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아직 납부하지 않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추징금도 받아내기 위해서다. 법원은 2006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했지만 김 전 회장은 이 중 0.5%인 887억원만 납부했다. 그러나 김 회장 가족은 경기도 포천과 베트남에 수백억원대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등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다소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다. 현행 형법 등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어야만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의 경우 특정인에 대한 확정 판결을 근거로 법원 판결과 상관없는 제3자의 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수 있게 하려면 이 같은 위헌 시비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기업이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익을 환수해 피해자를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현재 법 체계에서는 공정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 식품안전법 등을 통해 기업이 불공정하게 이익을 얻을 경우 과징금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환수할 수 있으나 환수된 재산은 국고로 들어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피해자가 부당 이득에 대한 배상을 받으려면 기업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아니면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이 국가가 먼저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주고 피해자에게 구상권(求償權)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부당 이득을 기금이나 목적세 형식으로 환수받은 후 이를 바로 피해자가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은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가 다소 까다롭기 때문에 지금보다 환수 조건이 넓게 적용하도록 법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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