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고? 여의도엔 '칼바람'이 분다

유병철 기자 입력 2013. 6. 14. 14:15 수정 2013. 6. 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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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교체부터 구조조정까지..억대연봉 애널리스트, "옛날이 그리워"

이른 더위가 한창이다. 특히 서울 속의 빌딩섬 여의도는 더욱 뜨겁다. 아직 6월일 뿐인데도 타오르는 폭염에다 급락하는 증시까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여의도엔 더울 틈이 없다. '무섭게 추운 칼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본디 '여의도 칼바람'이란 섬이라는 여의도의 특성상 겨울이 되면 바람이 거세지는 데다, 고층건물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찬바람이 살을 에이는 듯 날카롭게 변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다 연말에 재계약 등의 건이 불거지며 '잘린다'는 공포감이 '여의도 칼바람'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특히 증권가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심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지점을 폐쇄했고, 이러한 칼바람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 불고있는 '여의도 칼바람'은 지점폐쇄 등 직원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금융지주 회장들이 교체되면서 그 여파가 증권업계 CEO로 번지고 있다.

그야말로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 상하를 가리지 않고 칼바람의 서늘한 공포가 여의도 한복판으로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C'의 공포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고 나서 사실상 CEO들의 교체는 당연시되고 있었다. 낙하산, 혹은 인맥으로 속칭 'MB맨'들이 증권가에 포진해 있었던 데다 업황부진으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임기가 1년 연장됐던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12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사표를 제출했다. 당초 새 이사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금융당국과의 협의 끝에 지난 13일 퇴임했다. 현재는 강기원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이 이사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상태다.

우주하 코스콤 사장도 새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속칭 'MB맨 솎아내기'가 현실화되며 현재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에 대한 교체설도 솔솔 풍겨나오는 상태다.

'C'의 교체는 유관기관뿐만이 아니다. 증권사들 전반적으로 대표이사 교체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던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의 정식 취임(14일)을 앞두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은 김원규 전무를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하고 오는 27일 열릴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할 계획이다.

지난달 23일에는 현대증권 김신 사장이 실적악화로 인해 사임 의사를 밝혀 윤경은 사장 단독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이승국 동양증권 사장도 임기를 2년여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해 정진석 동양자산운용 대표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전 사장도 실적악화 등의 사유로 지난달 사의를 밝혀 경영인프라총괄 담당이던 홍원식 전무가 대표로 선임됐다.

◆삼성발 구조조정 공포 밀려오나

증권가의 구조조정은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또 다시 구조조정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에 떨고 있다. 지난 2011년 10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삼성증권이 최근 또 다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입사 5~13년차 대리, 과장급을 대상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의 전환배치 작업을 진행중이다.

게다가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대표이사들이 교체되는 상황이 이어지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적지 않다.

실제로도 지점 감축은 지속되고 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연초에 영업점을 104개에서 84개로 줄인 상태이며,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2월 점포를 115개에서 108개로 통합했다.

교보증권의 경우 노조가 지난해 말 44개였던 국내 지점을 2015년까지 22개로 감축할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천막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인력감축은 없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통합작업을 벌였고 올 하반기에도 추가 지점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증권사들은 지난해 상당부분 인력감축이 이뤄진 만큼 올해는 대규모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증권 유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표가 바뀌면 알게 모르게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직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 너마저도…

억대 연봉을 받으며 돈 많이 버는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애널리스트마저도 현재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하고 있다. 주식거래가 급감하고 증권사들의 수익이 악화되며 리서치센터가 돈 먹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개 중소형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 교체됐다. 애널리스트들도 이러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국내 증권업계(외국계 증권사 지점 포함)의 애널리스트는 총 1416명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14일 애널리스트 숫자(1458명)와 비교해보면 42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사람 구하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는데 최근에는 이력서가 쌓여만 간다"면서 "탐나는 사람도 제법 있지만 인력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현재는 지켜만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억대 연봉을 받으며 떵떵거리던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심지어 한 증권사는 최근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에게 기본급을 8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성과급으로 구성해 다양한 평가항목으로 등급을 나눠 차등 지급하는 연봉체계를 새로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연봉을 깎겠다는 통보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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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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