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모피아의 귀환'

김지환 기자 2013. 6. 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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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이어 농협 회장에 옛 재무부 출신 임종룡씨.. '관치' 우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홍남기 청와대 국정기획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초기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경제분야 주요 보직을 차지하면서 '모피아'(재무부의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몰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모피아 세력이 새 정부 들어 약화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금융을 홀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기획·예산에 정통한 경제기획원 출신을 중용하고, 금융·세제가 주전공인 모피아와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전후해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 주요 자리에 모피아가 다시 둥지를 틀고 있다. 끈끈한 인맥으로 서로 밀고 당겨주는 것으로 유명한 모피아가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5대 금융지주회사 중 2곳에 모피아 출신 인사가 연이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농협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틀간 열린 회의에서 회추위원 5명의 투표 끝에 6일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54)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지냈다. 금융권에서는 애초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지 않던 임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데에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추위는 "임 내정자가 금융·경제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춰 역량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재경부 등에서 은행·증권·금융정책 등 핵심 분야를 모두 거쳐 농협금융의 경영환경을 빠르게 이해하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가장 부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전날 회추위의 만장일치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된 임영록 KB금융 사장(58)도 모피아 출신이다. 2010년부터 3년간 KB금융에 몸을 담았지만 조직 내에서 그를 '정통 KB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서 정통 모피아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관료도 능력,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임 내정자를 간접 지원했다. 신 위원장의 발언은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여신금융협회의 수장 자리도 모피아가 꿰찼다. 재경부 외환제도과장, 국제금융과장,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 본부장 등을 지낸 김익주씨(53)는 국제금융센터 신임 원장으로 선출됐다. 재경부 국고국장과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근수씨(55)는 여신금융협회 회장으로 뽑혔다. 재무부 출신인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은 차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모피아는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거나 확장하려는 속성이 있어 민간에서 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새 정부는 금융 분야에서 실력이 없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반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모피아의 손아귀 안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예상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전직 관료가 민간 금융의 경영 일선으로 내려오는 것 자체가 관치금융의 연장"이라며 "여전히 한국 사회는 모피아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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