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남자친구 계좌로 13억 빼돌려 주식투자해

2013. 5. 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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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융기관 임직원 징계내용 살펴보니

6명 계좌서 15억 빼내 주식사고3년간 7억여원 고객돈 야금야금회사에서 금지한 선물 등 투자차명계좌 개설 '기업범죄' 돕기도

금융회사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20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1년여간 금융기관 임직원을 상대로 내린 징계 내용을 보면, 금융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한다. 고객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회사 몰래 거액의 주식투자를 통해 자기 이익을 챙기는 직원이 여럿 적발됐다.

먼저 고객 돈을 빼돌린 금융회사 직원들이다. 에스케이(SK)증권의 20대 후반 여성인 고객지원팀장 ㄱ씨는 지난해 2~5월 사이 고객 5명 등 총 6명 명의의 계좌에서 15억6000만원을 빼냈다. 고객 허락 없이 발급한 증권카드와 고객에게서 매매주문 수탁 때 받은 비밀번호를 활용했다. 고객 돈은 남자친구 계좌로 흘러갔다. ㄱ씨는 횡령한 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투자 종목은 무려 21개, 투자액은 13억4000만원에 이르렀다. 그는 회사 내부 감사에 적발돼 수사기관에 고발되고,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부문검사에 착수해 에스케이증권에 대해선 비교적 경징계인 기관주의를, ㄱ씨에 대해선 면직 조처를 지난 10일 내렸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횡령 금액 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수준의 범법행위"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에서도 유사한 범법행위가 적발됐다. 지점장을 맡고 있던 ㄴ씨는 2011년 고객 5명의 계좌에서 23차례에 걸쳐 6억6500만원을 빼돌렸고, 다른 지점의 한 과장 ㄷ씨는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남짓 동안 78회에 걸쳐 7억3100만원의 고객 자금을 훔쳤다. 고객들은 돈이 빠져나가는 동안 투자 손실에 따른 감액이라고 생각했을 뿐 투자를 맡긴 증권사 직원이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일을 하면서 규정을 위반해 치부를 한 직원도 다수 적발됐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주식투자 등을 하기 위해선 회사에 보고하고 일정 기간마다 투자 내역 등을 제출해야 한다. 직업 특성상 얻을 수 있는 투자정보를 활용하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있는 규정이다. 규정을 위반한 임직원들은 적발을 회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소지도 있는 셈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임원 ㄹ씨가 그 예다. 그는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배우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152개 종목에 투자했다. 투자원금은 3억원, 매매일수는 556일에 이르렀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상당시간을 자신의 부를 늘리는 데 할애했다고 볼 수 있다.

고객 돈 13억원을 횡령한 에스케이증권 ㄱ씨도 회사 내규상 금지된 코스피200 선물·옵션 상품에 200여일 동안 9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여러 경로로 미공개 투자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투자 행위가 엄격히 규제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과거 씨티은행의 한 지점 직원 ㅁ씨는 2004~2006년 고객 부탁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 147개를 개설해줬다가 덜미가 잡히는 일도 있었다. 차명계좌의 개설은 단순히 고객이나 지인의 부탁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기업 범죄를 도와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2008년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이 삼성의 비자금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액을 맡긴 고객이 지인이나 친인척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적지 않은 금융회사 직원들이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와 자체 교육 등을 강화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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