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4일만에 20원 급등…하락추세라더니 왜?

조선비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4거래일만에 20원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12월초 1080원이 붕괴된 이후 1060원선 밑으로 내려가기까진 한 달이 걸렸지만 다시 1080원대를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주였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2시11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083.7원을 기록중이다.(원화 가치 하락) 이날 환율은 7.5원 오른 1082원으로 출발해 상승폭을 줄이다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나흘동안 원화 환율은 장중가 기준으로 23.5원이나 올랐다.

◆ 잇따른 유로존 호재에 달러·원화 팔아 유로 산다

환율이 이렇게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최근 유로존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유럽은행들이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유로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금융시장이 연초부터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모든 지표들도 금융시장 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년 전 중앙은행에 손을 벌렸던 유럽은행들도 이제는 서둘러 빚을 갚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5일(현지시각) "2011년 말과 작년 초 중앙은행에서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이용했던 은행 중 278곳이 오는 30일 총 1372억유로의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월 초까지 원화 환율이 달러 대비 엔화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유로화 환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유로존 경제지표 호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원화와 미 달러화를 팔고 유로화를 사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화는 그동안 절상폭이 컸기 때문에 차익실현 물량이 많다는 설명이다.

◆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연일 주식 팔아치워…뱅가드 펀드 개편 영향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도 있다. 세계적인 상장지수펀드 운용사인 뱅가드 펀드가 펀드 운용 기준(벤치마크)을 변경하면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이는 지난 10일부터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물량이 빠져나간 데 따른 영향이다.

뱅가드 펀드는 벤치마크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로 변경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MSCI 기준으론 신흥국, FTSE 기준 선진국으로 분류된 상태다. 뱅가드는 주로 신흥국 투자 비중이 높아 매주 4%씩 총 111개 종목에 대한 한국물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결정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개편에 따라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이 원화 환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그동안 원화 거래를 통해 얻은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도 함께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 1060원선 붕괴 뒤 개입 우려 높아져…장기적으로 원고·엔저 추세는 지속될 것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등에는 외환 당국이 실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원화 환율이 1060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외환당국 관계자들은 환율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관련 대책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현재의 원화 약세는 한시적이며, 장기적으로는 원고(高)·엔저(低)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영식 연구원은 "2월 중순으로 예정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일본의 양적완화가 논의될 경우 과도한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나라의 펀더멘털, 재정건정성, 경상수지 흑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원화 강세, 엔화 약세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월 초 움직임이 과하다는 인식 하에 원화, 엔화가 모두 조정을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고(高)·엔저(低)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승지 연구원도 달러매도를 뜻하는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유입으로 인해 "큰 그림으로 보면 아랫쪽(환율 하락)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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