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하늘도시 추락 어디까지…허허벌판에 아파트 달랑…하늘만 본다

매경이코노미

쌀쌀한 바람에 콧등이 아리는 11월 끝자락. 하늘은 청명하고 공항고속도로도 시원하게 뚫렸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로 가는 길, 금산IC를 빠져나와 5분을 더 달리자 삐쭉삐쭉 솟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멀리서 보인다.

단지와 연결된 주 진입도로에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행인과 차가 없는 도로 곳곳에선 흙먼지가 날리고 신호등은 연신 노란불을 깜빡인다. 부지조성공사를 위해 갖다 놓은 크레인과 중장비도 엔진을 멈춘 지 오래. 아파트가 올라간 곳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막상 눈앞에 펼쳐진 영종하늘도시의 모습은 흡사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고층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을 뿐 단지 내 병원, 약국, 상가는 찾아볼 수 없다. 영종초등학교와 간이슈퍼마켓, 부동산 중개소 앞을 오가는 사람이 더러 눈에 띄지만 '과연 여기에 누가 사나' 싶을 정도로 썰렁하다. 맑은 하늘에 치솟은 아파트가 오히려 을씨년스럽다. 내년 1월까지 1만여가구가 입주하는 도시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영종하늘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의 합작품이다. 두 공사는 2009년 영종도 19.3㎢(585만평)에 아파트 등 4만5000가구를 지어 인구 12만명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계획은 화려했다. 인천공항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항공물류도시로 성장시키고, 58만4000㎡ 부지에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같은 뮤지컬 전용극장 10여곳과 공연예술 테마파크를 갖춘 영종브로드웨이,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디자인시티를 운영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속속 내놓았다. 영종도와 청라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를 건설해 이 지역 주민들은 무료로 통행시킨다는 계획도 있었다.

보상금만 풀리고 기반시설 전무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안은 무산됐고 운복관광레저단지, 메디시티, 제3연륙교 등의 사업도 표류 중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4조2950억원의 보상금이 풀린 영종하늘도시는 아파트가 올라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켜진 사업이 없다.

"당초 얘기한 1억원 말고 더 깎아달라는 얘기죠." (중년 부부) "지금 분위기 아시잖아요. 얘긴 하겠지만 쉽지 않아요. 여기 공기도 맑고 근처 섬에 가서 회 먹기도 좋아서 멀리 내다보고 지금 투자하시면 은퇴 후 노후생활로 딱이에요. 갖고 계신 집은 지금 팔아도 양도세 안 내시고요." (A부동산 공인중개사) "지금 기반시설이 없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당장은 힘들겠지만 다리(영종대교, 인천대교)만 건너가면 바로 서울과 인천이라 이 정도면 투자하기 좋은 조건이에요." 공인중개사와 예비 계약자의 대화가 길어진다. 계약을 하기보다 시세를 알아보려는 흥정에 가깝다.

현재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보다 20~ 30% 할인된 값에 나와 있지만 거래는 거의 되지 않는다. 평당 1000만원을 호가했던 중대형 아파트는 더 떨어져 분양가 대비 1억원을 낮춰 내놓아도 문의만 있을 뿐 실매수자가 없다. 이런 얘기들은 현장에서 금기시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개업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5월 10일 부동산 대책으로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업소마다 매물이 쌓여 있지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양권 전매가 풀리면 뭐합니까. 거래가 전혀 없는데요. 영종도 금호어울림아파트 꼴이 날까 걱정입니다." (B공인중개사) 영종도 금호어울림아파트는 지난 2007년 중대형 328가구가 모두 분양 완료돼 2009년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136가구가 입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계약이 해지된 후 공매 물건으로 나왔다. 분양가보다 40% 떨어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무더기로 유찰됐다.

전월세 입주 대부분, 계약자 소송 중

영종하늘도시 입주자의 대부분은 분양자보다 전월세 입주자들이다. 20평형 전세는 5000만~7000만원, 30평형은 6000만~8000만원에 거래된다.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60만원 정도 수준. 저층은 없고 모두 바다가 보이는 조망권 매물이다. 입주자의 절반 이상은 공항신도시 등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입주율을 보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9월부터 시작된 A건설사(1360가구) 아파트 입주율은 고작 2%(33명)에 불과하다. 바로 옆, 대형 B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20~30평 중소형 아파트는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입주율이 30%를 넘지 못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영종하늘도시 6개 단지 7859가구 중 880가구만 입주해 입주율이 11%(11월 6일 기준)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단지마다 소송으로 몸살을 앓는다. 2000여명의 입주 예정자들은 정부와 LH, 건설사를 상대로 집단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LH와 인천시가 장밋빛 투자 유치 사업을 내걸어 투자자를 현혹하고 아파트 분양률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다른 입주자는 "아파트 분양 당시 무료로 다닐 수 있는 제3연륙교를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개통한다고 홍보해 덜컥 분양받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 계약 해지도 판친다. 입주자뿐 아니라 공급업체인 건설사와 시행사도 불만이다.

C시행사 관계자는 "이것저것 해달라는 입주자 요구사항은 빗발치지만 잔금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데 어떻게 해주느냐"고 반문하고 A건설사 소장은 "시행사, 시공사, 입주민은 물론이고 LH까지 아무도 이익을 본 사람이 없다. 서로 소송하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가면 공멸한다"고 말했다.

영종하늘도시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전무한 기반시설과 불편한 교통, 비싼 통행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민이 안착하고 살 조건이 못 된다는 얘기다.

우선 대중교통이 턱없이 부족하다. 버스의 배차 간격은 1시간이고, 공항철도(운서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해 단지로 오는 데도 1시간이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교통비 폭탄을 맞는다.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건널 때 각각 5800원, 3700원(북인천 나들목 기준, 서울까지 77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인천시가 하루 1회 왕복에 한해 편도 통행료 감면 혜택을 주민에게 지원해주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 3월이면 이것도 종료한다. 결국 주민들은 인천대교는 왕복 1만1600원, 영종대교는 74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영종 아파트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할 경우 한 달 평균 70만∼80만원을 통행료와 차량 연료비로 써야 한다.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는 외국계 회사인 에이맥과 맥쿼리가 각각 23%와 24%의 지분을 투자해 통행료를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인천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제3연륙교를 추진했지만, 재정난으로 사업이 표류 중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개발 방향을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 올해 경제자유구역 지정 10년째를 맞은 영종도 개발 주체는 제각각이다. 용유·무의 관광단지와 미단시티, 하늘도시 복합·레저단지는 인천시가, 공항 국제업무1·2단지는 인천공항공사가 시행자다. 한상드림아일랜드 사업부지는 국토부 소유로 돼 있다. 당초 영종도 전체가 하나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개별 사업 주체들이 중구난방으로 갈리면서 사업이 총체적으로 진행되긴 역부족인 상태에 이르렀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팀장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지구별로 주체가 다르고 추진 속도도 다르다 보니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진척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 주체 제각각

전문가들은 도로, 편의시설, 특목고 등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고선 영종하늘도시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투자가치는 없고 5년 후 시장을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부동산팀장은 "기본적으로 송도, 청라, 영종도 트라이앵글의 공급량이 너무 많아 분양가를 크게 낮춰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임대아파트로 변경해 안정적인 전세 지원책으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장기적으로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한 국제도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연계 집객시설과 산업군의 개발을 구체화하고 바다 조망 등 지리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며 아쉬워한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5호(12.12.05~12.11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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