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내몰린 20~30대 '빚더미'
오병관씨(29)는 지난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성남 양지동에 피자가게를 열었다. 얼마 안되는 퇴직금과 은행 대출금, 부모로부터 빌린 돈까지 합쳤지만 가게 문을 열기 위해서는 1500만원이 모자랐다. 오씨는 자동차를 담보로 모 캐피털사에서 추가로 빚을 더 냈다. 오씨는 주말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했으나 대출금 갚기에도 벅찼다. 경기가 나쁜 데다 경쟁업체가 많아, 장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생활비·운영자금을 메우고 있는 그는 "지금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실업난에 따라 자영업으로 내몰린 20~30대의 빚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부채를 안고 있는 20대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대출금은 3600만원, 30대는 6700만원이었다.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가계부채 미시분석' 자료를 보면 20~30대 자영업자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년 전 20대의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115.0%에 머물렀으나 지난 8월 135.6%로 20.6%포인트 늘어났다. 30대는 189.9%에서 195.6%로 5.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대비 부채비율 195%라는 의미는 연소득 1000만원인 사람이 195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40대, 50대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각각 0.6%포인트, 2.1%포인트 감소했다.
은행보다 고금리인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 등에서 빚을 낸 20~30대 자영업자 대출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 2009년 기준 20대의 제2금융권 대출금 비중은 49.3%였으나 지난 8월에는 59.7%로 10.4%포인트 늘어났다. 30대는 33.0%에서 41.5%로 8.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4.1%포인트), 50대(2.6%포인트) 증가폭은 이들보다 작았다. 대출금에는 대부업 대출이 빠져있어 실제 빚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월 기준 17.8%, 대출금 비중은 11.6% 정도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젊은 자영업자의 절대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제2금융권 빚 부담도 늘어나 취약한 대출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취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빚을 내 사업을 시작한 젊은 자영업자들이 경기악화 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희연·김경학 기자 eggh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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