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 인수추진 MB 라인 입김 있었다"

강아름기자 2012. 10. 1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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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블로거 안치용씨, 리먼 내부문건 공개'한국경제에 큰 짐' 논란 많았던..김승유 "사실 아니다" 부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당시 금융위원장) 등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비밀문건이 공개됐다.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 출신으로 2008년 6월 산업은행장에 취임한 민유성 행장이 리먼의 제안으로 인수를 추진했다가 가격차로 9월에 최종 포기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의 개입은 없었다는 그간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내용은 17일(현지시간)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리먼브라더스 내부문건'에서 공개됐다.

2008년 5월 29일 작성된 이 문건에 따르면 그 해 5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조건호 당시 리먼브라더스 부회장을 만나 산업은행(20억달러), 하나금융(10억달러), 한국투자공사(KICㆍ10억달러), 국민연금(10억달러) 등으로 구성된 'KI(Korea Inc) 컨소시엄'이 50억 달러에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한다.

이 문건에는 "MB의 친구이자 조언자인 김 회장이 이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현 KGB금융회장)에게서 지원 약속을 받았다"는 내용도 나온다. 또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도 같은 달(5월 24일) 이 내용을 조 부회장 등한테 듣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내용과 함께 민유성 전 리먼 서울지점 대표가 곧(6월 2일) 산은 행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건이 쓰여졌을 당시만 해도 민 행장은 여러 후보 중 1명에 불과했다.

이 문건대로라면 산은이 7월 이후 리먼 인수를 단독 추진한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등 MB 핵심라인이 주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문건에서 말하는 시기(5월)가 전 위원장 등이 200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날(7월)보다 두 달여 앞서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취임 직후 업적을 만들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을 만들려고 했다가 상황이 좋지 않자 민 행장한테 '독박'을 씌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전 위원장은 청와대와 금융당국 등의 개입설을 전면 부인했었다.

이에 대해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팩트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하나증권 지분 투자 건을 통해 딕 펄드 리먼 회장과 안면을 텄는데, 2008년 3월 리먼에 20억달러를 투자해 달라고 먼저 제의했다"며 "검토 끝에 그 해 4월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컨소시엄 구성 등 구체적 논의를 한 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의 논의가 결렬된 후 리먼과 산업은행이 인수 협상을 진행했는데, 그 시기에 하나금융은 일체 관여한 바 없고 당시 민 행장의 컨소시엄 제안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리먼의 문건 내용은 '2008년 3월 리먼이 하나금융에 투자 제안→4월 하나금융 거절→7월 리먼이 산업은행에 인수 제안'의 과정이 사실과 다르게 뒤섞였다는 것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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