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재은 김유정 이현정 김도년 기자] 웅진홀딩스(016880)가 극동건설과 함께 법정관리 행을 선택했다. 금융시장에선 윤석금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후의 선택으로 보고 있지만, 법정관리를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도 곳곳에서 드러나 모럴해저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코웨이 팔면서 법정관리 자문 동시에 받아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021240) 매각자문과 극동건설 등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자문을 모두 법무법인 태평양으로부터 받았다. 또한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인 25일 한 증권사로부터 웅진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을 빌려 간 것도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동시에 2건의 자문을 태평양에서 진행하면서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웅진그룹의 모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 동반 법정관리행

금융권에선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택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으로 불가피한 부분이 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극동건설의 PF 우발채무 중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36.9%(2760억원)에서 지난해 말 65.2%(4430억원)으로 크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웅진홀딩스는 과연 법정관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거의 한몸이어서 다른 그룹들처럼 꼬리 자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윤석금 회장이 은행들의 뒤통수를 치고, 지분 73.9%를 보유한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배임·횡령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코웨이 매각 중단 왜?

28일 MBK파트너스에 잔금을 받고 넘기기로 한 웅진코웨이 매각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애초 오늘(27일) 임시주총을 통해 MBK 측의 임원을 선임할 예정이었지만, 주총을 11월로 미뤘다. 알짜 자회사를 팔더라도 극동건설 차입금 상환 등 빚을 갚고 나면 남는 현금이 거의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MBK 관계자는 "28일에 인수대금을 내기로 준비가 다 돼 있었는데 어제 오후에 갑자기 이렇게 됐다"며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있지만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시장에서는 MBK가 코웨이 인수를 여전히 희망하고 있으며, 별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웅진그룹의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중 웅진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63.4%에 달했다. 코웨이없이는 웅진그룹이라 하기도 멋쩍은 상황이다.

◇ 전망은

전격적인 법정관리를 선택한 윤석금 회장은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채권시장에서도, 금융권에서도 모두 신뢰를 잃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의도대로 법정관리가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설령 윤석금 회장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다시 정상기업을 경영하게 되더라도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채권자와 은행 등을 너무 얕잡아 보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법원은 27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 회생절차 조기 종결제도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보통 한 달 이내에 결정되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가 2주 이내로 빨라진다. 사건을 배당받은 제3파산부(이종석 파산수석부장판사)는 다음 주 윤석금 회장을 불러 소명을 듣고 채권단 의견을 참조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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