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 김범수가 32세의 임지훈을 낙점한 까닭은?

2012. 7. 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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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맡고 한달 새 5곳 공격적 투자

[포춘코리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IT업계를 대표하는 스타 기업가로 카카오톡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김 의장이 드디어 벤처캐피털 '케이큐브벤처스'를 출범시켰다. "CEO 100명을 키워내고 싶다"던 평소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첫 걸음을 뗀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케이큐브벤처스의 조종간을 임지훈 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에게 맡겼다. 김범수와 임지훈은 정말 제2의 NHN, 제2의 카톡을 100개나 만들 수 있을까? 갈 길이 바쁜 이들의 계획을 포춘코리아가 미리 알아봤다.한정연 기자 jayhan@hmgp.co.kr

"케이큐브벤처스가 스타트업 업계에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임지훈 대표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선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크게 갖고, 어려운 문제를 풀고,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런 혁신에 도전해주면 좋겠습니다."

김범수(46) 카카오 이사회 의장 겸 케이큐브벤처스 이사회 의장은 창업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며 이같이 답했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4월 평소 신념인 '벤처 CEO 100명 양성' 프로젝트의 수장으로 임지훈(32) 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을지명하고 벤처캐피털 케이큐브벤처스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업계는 벤처 1세대이자 스타 기업가인 김범수 의장이 직접 벤처캐피털을 세웠다는 것에 놀랐고, 서른둘의 임지훈 대표가 이를 책임지게 됐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투자 대상·조직 운영 혁신 예고

김범수, 임지훈 두 사람은 첫 투자할 스타트업으로 박태훈(27) 대표가 오경윤(26) 씨 등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스'를 낙점했다. 이 업체는 개인화된 미디어 추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 책, 방송 등 방대한 콘텐츠를 고르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웹과 앱으로 서비스한다. 프로그램스는 창업 멤버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곳이다. 박태훈 대표와 오경윤 씨는 서울과학고, KAIST 전산학과 1년 선후배 사이로 국제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메달, 국제컴퓨터 학회의 국제대학프로그래밍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임지훈 대표는 "모바일 기기에서 개인화, 자동화에 따른 추천이란 요소는 무척 중요한 기술인데 풀기가 참 어려운 문제"라며 "이런 난제를 해결해보려는 역량 있고 열정 넘치는 팀이어서 꼭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 투자 예정 기업의 면면에서도 알 수 있듯 케이큐브벤처스는 다른 벤처캐피털과는 확연히 차별화 된다. 투자 대상을 고를 때도, 펀드를 운영할 때도 반드시 지키려는 철학이 있다. 이 때문에 김범수 의장과 임지훈 대표는 주 1회 하는 공식 미팅 이외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만나고 있다.

이들은 투자 대상으로 초기 중의 초기에 해당하는 기술기업을 택했다. 분야는 인터넷, 게임, 모바일, 하이테크다. 스타트업이 기존 벤처캐피털 업계가 투자하는 단계까지 가는 데는 빨라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전에 자금난으로 사업을 접는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실력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법인 설립 이전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법인 설립과 동시에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이번 주에 만난 기업에 다음 주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고 강한 조직을 만들어 혁신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장치가 펀드의 소규모화다. 창업 붐이 불면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펀드만 국내에 20여 곳이 넘는다. 하지만 케이큐브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200억 원 미만의 규모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규모를 키우지 않을 생각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통용되는 얘기 중에 "펀드를 만들 수 있을 때 계속 크게 키워라" 라는 말이 있다.

펀드의 크기는 곧 벤처캐피털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의 펀드 관리 수수료는 대개 2~3% 정도이다. 1,000억 원짜리 펀드라면 연간 수수료만 20억 원 이상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큰 펀드는 10억 원 미만의 투자가 대부분인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부적합하다. 10억 원씩 투자해도 100개나 되는 '좋은 팀'을 국내에서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덩치가 큰 안전한 벤처기업에 100억 원 이상씩 투자해야 펀드 운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 장치는 정부 자금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연금이나 정책자금 등을 받게 되면 IR(기업설명회)을 실시하고 투심보고서도 미리 발송해야 한다. 이들이 옵저버로 참여해 투자와 관련된 조언을 하면 무시할 수도 없다.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집행하는 데 두세 달씩 걸리는 이유가 이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임지훈 대표는 "첫 펀드인 만큼 우리와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분들이 鰥㈖歐?바란다"고 말했다. 업계는 벤처 1세대들 중에 몇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임 대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케이큐브벤처스의 혁신은 또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투자심사역들이 개인 돈을 펀드에 넣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임지훈 대표는 "우리에게 투자한 사람들과 이익을 함께하려는 것"이라며 "윤리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투자 대상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사람에 집중한다"며 "자신이 만든 서비스는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집념을 지닌 좋은 팀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답변은 자신과 자신의 팀에 대한 얘기처럼 들렸다.

김범수 의장의 경험·통찰력 전수

김범수 의장은 오래전부터 "벤처 CEO 100명을 육성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왔다. 성공한 창업가 100명은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NHN을 나와 카카오톡을 시작했을 때 그는 스스로 이러한 믿음을 증명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이런 '김범수'라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도 "투자를 집행하기 직전에는 반드시 그 기업의 경영진과 김범수 의장을 만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통찰력을 전수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계획이 좀 더 확대된 것이 케이큐브벤처스만의 독특한 '어드바이저(Adviser) 제도'다. 이는 멘토보다는 훨씬 더 실무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조직이다. 이들은 역삼동 카카오 본사에 있는 강당에서 매주 투자받은 회사의 경영자들에게 서비스 전략부터 경영철학까지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하고 토론도 할 예정이다. 김범수 의장은 어드바이저들이 단순히 특강이 아닌 멘토의 역할까지 겸해주기를 바라고 있어 이들의 명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드바이저가 합류하면 실질적인 김범수 사단이 출범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케이큐브벤처스가 원하는 스타트업의 조건은 무엇일까? 임지훈 대표는 "좋은 팀"이라고 간결하게 정의했다. 임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서비스를 반드시 성공시켜야겠다는 집념, 이 서비스가 반드시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지닌 팀이 좋은 팀"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미팅을 할 때 창업자에게 이 사업을 왜 하는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이 분야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이 아이디어가 자신의 인생에 어떤 불편을 끼쳐서 만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 대표는 "성공한 기업은 갑자기 잘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지난해 KT에 인수된 앤써즈도 동영상 검색 기술에만 무려 6년이나 매달렸고, 최근 인수된 올라웍스도 2007년에 창업해 5년이 넘은 기업"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은 스타트업에게 '열정'을 이어가기를 당부해왔다. 끈기와 집념은 이와 통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김범수 의장은 케이큐브벤처스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김 의장은 이 질문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동시에 (많이들 기피하는) 초기 투자도 해 볼 만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승부사의 근성을 숨기지 않았다.

임지훈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창업자들에게 쓴소리도 거르지 않았다. 임 대표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는 "소비자의 불편함이라는 통증을 치료해주든지 아니면 기존에 존재하던 것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이든지 둘 중 하나는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력과 철학, 집념과 열정에 자신만의 이야기까지 갖춰야 하니 김범수 사단의 선택을 받는 길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카톡 출시되자 투자하겠다며 찾아간 임지훈

김범수 의장과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의 인연은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대표는 카카오톡이 출시된 지 넉달 만인 2010년 8월 일면식 없는 김범수 의장의 회사를 찾아가 투자를 하고 싶다며 버텼다. 당장 큰 수익을 내고 있거나 많은 주목을 받는 회사라면 모르겠지만, 당시의 카카오톡이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직접 찾아갈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임의로 방문하는 콜드 콜은 무척 이례적이다.

김범수 의장은 이 당찬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곱게 돌려보내지 않았다. 입이 쩍 벌어지는 액수를 제시하면서 "지금은 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지만 이 정도 기업가치라면 고려해보겠다"고 카카오 대표를 통해 제안했던 것. 임 대표는 "지금 카카오톡의 기업가치라면 모를까 당시로서는 정말 상상도 못한 금액"으로 기억했다. 당시 임 대표는 청담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무실로 돌아가 다른 심사역들과 잠시 카카오톡의 제안을 두고 논의를 했지만 액수가 너무 컸다.

공식적인 두 사람의 대면은 이로부터 정확히 1년 만에 이뤄졌다. 2011년 8월 두 사람은 승부를 가르기 위해 독대를 한다. 임지훈 대표가 투자를 진행했던 소셜 커머스 업체 로티플을 카카오가 인수하기로 결정해 매각 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였던 것. 임 대표는 로티플이 2011년 4월 서비스를 내놓기 한 달 전에 3억 원, 서비스 출시 후에 무려 10억 원이라는 큰돈을 투자했었다. '실시간 할인 딜'서비스는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로티플 창업자들의 기술력을 기억했다.

김범수 의장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인수 제의가 왔다. 김범수를 택한 건 로티플 경영진이었다. 오히려 인수금액 면에서는 다른 곳의 제안이 유리했지만, 김범수 의장이 여러 번 로티플 경영진과 만나 기술과 서비스 얘기를 나누는 성의를 보인 덕에 카카오가 인수기회를 얻었다. 두 사람은 로티플 인수 조건을 놓고 서너 번 독대를 하면서 일 이외의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다. 특히 김범수 의장이 임지훈 대표에게 큰 호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2012년 1월 김범수 의장은 임지훈 대표에게 고민이 있다며 사무실로 한번 찾아와 달라는 전화를 한다. 김범수 의장은 임 대표에게"내가 CEO 100명을 만드는 일을 위해서 벤처캐피털을 만들 생각은 못했는데, 너를 보니까 이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더니 대뜸 "네가 그 벤처캐피털 대표를 좀 맡아달라"고 제안을 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 의장은 임 대표를 선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답했다. "임지훈 대표가 열정적이고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분명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임 대표와 얘기를 하고 있으면 '투자자'와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벤처기업가'와 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이 친구라면 벤처기업가들을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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