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눈물'..조선업 위기에 보험도 깼다

권화순|전혜영 기자|기자 2016. 4.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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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사 구조조정 여파에 거제·통영 보험계약 해지,실효 늘어.."탈출구 보이지 않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전혜영 기자] [대형 조선사 구조조정 여파에 거제·통영 보험계약 해지,실효 늘어.."탈출구 보이지 않아"]

"거제는 원래 소득수준이 높은 곳이라 보험영업하기 좋았는데 이번 달 계약 실적이 전달의 절반밖에 안 될 거 같아요. 정부가 빨리 조선사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거제지역 보험설계사

조선업이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거제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거제는 인구 70%가 조선업에 종사하는 지역이다. 웬만하면 깨지 않는다는 보험계약 해약률이 최근 눈에 띄게 높아졌고 보험료를 내지 못한 실효계약도 증가해 지역 경제 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생명보험사인 A사의 거제·통영 지역 보험계약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300~400건이던 해약건수가 올 들어서는 매월 400~500건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해약건수가 570건(28억5000만원)까지 증가했다.

A 보험사 거제 영업 지점장은 "보험료 부담이 적은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은 해약을 많이 하지 않지만 보험료가 몇십만원대인 종신보험이나 보장성 보험 해약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계약을 깨지 않더라도 보험료를 더 낼 수 없어 실효된 계약도 올 들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험료를 2개월간 내지 않아 실효돼 3년이 지나면 보험계약은 자동해지 된다. 당장은 부담이 되니 보험료 납입을 미뤘다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계약을 부활하려는 가입자가 많다는 얘기다.

거제·통영 지역의 보험계약 해지율이 높은 것은 조선업 위기와 맞닿아 있다. 통영에는 성동조선해양이,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거제는 인구 25만명의 70%가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을 만큼 조선업의 위기는 곧바로 지역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 지점장은 "작년 초부터 위기의 전조 현상이 조금씩 나타났다"며 "아직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외부식당이 아니라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저녁이면 꽉 차던 식당 자리가 40%가량은 비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조선업 특성상 신규 수주로 일감이 몰리면 협력사 직원들이 원룸을 구해 임시 거처로 이용하는데, 최근 공실률도 높아져 월세 가격이 50만원에서 40만원대로 떨어졌다. 거제 삼성중공업의 한 직원은 "우리는 월급이 삭감된 것은 아니지만 협력사들은 수주가 안 들어와 아예 월급을 못 받는 회사도 많다"며 "6월 이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 채권단은 지난해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대신 대우조선은 자구안으로 2019년까지 외부 인력을 포함해 1만2000명을 감축해야 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강연회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1~2개로 줄여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력 감축이 본격화되면 거제 경제는 지금보다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현지인들은 우려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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