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 일조권 피해? 집값만 오른다면야"

2009. 1. 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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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한 달 전과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그는 "잠실지역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단언했다. 잠실·신천동에서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수준인 다른 강남지역과는 달리 거래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잠실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제2롯데월드 건립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이 사업이 이슈화될 때마다 이곳 집값은 들썩거렸다. 최근 각종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지난 7일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하기 위해 서울공항 활주로를 변경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잠실에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9일 송파구청 옥상에서 촬영한 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 부지의 모습.

ⓒ 선대식

이들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갖가지 잡음이나 역효과를 걱정하기보다는 당장의 집값 상승이라는 마력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

분주한 제2롯데월드 사업부지...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까?

"크르릉 쾅쾅" 이날 오후 잠실역에서 나오자 중장비 움직이는 소리가 5m 높이의 담벼락 너머 제2롯데월드 사업부지에서 들려왔다. 이곳에서는 크레인·굴착기·덤프트럭 등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업부지는 롯데월드·석촌호수·송파구청 사이 8만7182㎡ 크기의 공터로 광활했다. 롯데그룹은 이곳에 최소 1조7000억원을 들여 112층 초고층 빌딩·백화점·쇼핑몰 등을 포함하는 제2롯데월드를 건립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쪽은 "완공 후 2만3000명에 이르는 고용효과와 연간 150만명의 외국인 방문에 따른 2억달러의 외화수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건물에 대한 신축 허가만을 받은 롯데그룹은 서울시에 전체 건물에 대한 신축 허가를 요청하는 등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사실상 허용했지만 사업 진행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친구게이트', '재벌 특혜' 등의 갖가지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서부전선에서 북한군의 침입을 막는 임무가 부여된 경기도 성남의 KA-1 경공격기 부대를 강원도로 옮겨야 하는 문제가 드러났고, 45m 건축고도 제한으로 재산피해를 보는 성남시민들의 반대도 거센 상황이다.

"집값 오르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

9일 서울 신천동 제2롯데월드 사업부지의 모습.

ⓒ 선대식

이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은 대체로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찬성표를 던졌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집값 상승이다. 이정숙(가명·62)씨는 "잠실이 발전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에 살고 있는 강호선(가명·64)씨는 "집값이 올라가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제2롯데월드 건설로 5단지 재건축이 더욱 빨리 추진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씨는 또한 "집값이 최고점이던 2006년 이곳에 집을 산 사람들이 많다"며 "그 사람들은 현재 집값 하락으로 큰 손해를 봤다, 집값 상승 효과가 있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누구보다 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통 혼잡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주민은 "금요일 저녁, 잠실에서 강남까지 지하철로 10분 거리인데, 차로 1시간 걸린다"며 "지금도 교통 혼잡이 극심한데, 제2롯데월드가 들어오면 말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과 교통 혼잡 해소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50대 남성은 "몇 해 전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고가도로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했다"며 "막연히 롯데그룹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2롯데월드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잠실 롯데캐슬에는 '롯데건설은 주민 생활권을 존중하라', '일조권 뺏는 130층 우리는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하지만 한 주민은 "일조권 침해야 나중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이숙자(가명·53)씨는 "그곳에 공원을 지으면 삶의 질이 얼마나 좋아지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97년 1억5천만원에 산 주공3단지 아파트가 트리지움 142㎡(43평)로 재건축돼 지금은 14억원"이라며 "솔직히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한 달

새 2억원 상승... "다른 지역에도 영향 미칠 것"

9일 오후 서울 잠실·신천동 일대는 교통 체증이 극심했다.

ⓒ 선대식

현재 아파트를 내놓았던 잠실·신천동 주민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고, 관망하던 예비 매수자들도 아파트 구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

S공인중개사 최현석(가명)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가 거론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잠실 주공5단지를 비롯해, 매물로 나온 잠실지역 아파트의 호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예비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여기에 제2롯데월드 건설이 사실상 허용으로 결론나자, 일부 예비 매수자들이 '사자'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1월 말 7억8천만원에 거래됐던 잠실주공5단지 112㎡(34평)는 이날 9억8천만원에 거래됐다. 거래 가격이 두 달도 채 안돼 2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6년 하반기 최고 13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리센츠(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109㎡(33평)의 전세 가격은 한 달 전 2억3천만원이었지만, 현재는 3억원까지 올라갔다.

최 대표는 "2006년처럼 '묻지마 투자'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전화의 반 이상은 투자 문의"라며 "이런 움직임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주민들이 말로는 교통 체증을 염려하지만 사실 이들에게 집값 상승이 제일 우선순위"라며 "교통체증, 일조권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제2롯데월드가 건설된 후에야 깨닫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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