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달인' 수천억 부채 남기고 잠적

2008. 11. 21.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종 前 서울레저그룹 회장… 개인투자자 최소 200여명 피해 우려대학원 부동산 강의하며 수백억 끌어 모아연쇄 부도·상가개발 실패로 재무상태 악화

'부동산 경매의 달인'으로 불리며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운영하던 이상종(51)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이 회사 부도를 내고 상가 개발에 실패한 뒤 잠적해 이씨를 믿고 투자했던 수백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 전 회장은 금융회사에서 수천억 원대의 대출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학에서 부동산 투자 관련 강의 등을 하면서 수백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자금도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전 회장 형제들이 운영하던 서울레저그룹 계열사인 서울레저관광타운, 서울레저프라자, 서울레저관광호텔, 서울레저항공, 범진유통 등이 9월과 10월 연쇄 부도가 났고, 범진유통이 개발하던 인천 주안의 한 복합쇼핑몰 분양 사업도 중단됐다.

서울레저관광타운과 서울레저프라자는 각각 서울 송파구 오금동과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사우나 업체다.

서울레저의 주 채권은행인 농협 관계자는 "우리만 600억원이 담보 대출됐는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합치면 금융기관에서만 2,000억~3,000억원 이상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전 회장이 그 동안 개인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 투자도 벌여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보가 확인한 개인 투자자만 100여명이며, 쇼핑몰 관련 분양 피해자 100여명까지 합하면 최소 200여명이 관련돼 있고, 피해액도 150여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은 서울 GG아카데미라는 부동산 투자교육 기관을 운영하면서, 또 2006년부터는 서울의 한 대학원과 산학협동과정으로 부동산 투자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을 모아 투자클럽을 구성했는데, 지난해 11월에는 '공ㆍ경매교육과정' 수강생 113명으로부터 57억여원을 조성했다.

수강생들은 1인당 3,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경매 투자금 명목으로 이 전 회장에게 맡겼으나 약속했던 수익은커녕 원금도 돌려 받지 못하자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한 피해자는 "이 전 회장이 경매의 달인으로 소문난 데다 수업 과정에 경매 실전 투자가 포함돼 있어 믿고 맡겼다"며 "경매 물건에 투자하기로 해 놓고는 자신의 부채를 갚는데 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수강하는 이 대학원의 최고부동산 과정 강의도 맡아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 중에는 상당수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또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쇼핑몰을 개발하면서 이중으로 분양해 피해 규모가 100여명,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서울레저 보유 자산에 대한 공매 절차에 들어갈 예정인데, 담보를 잡은 금융기관들이 돈을 나눠 가지면 담보 없이 투자한 개인들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 경매계장 출신인 이 전 회장은 형제들과 함께 2000년부터 개인 투자금을 조성해 경매에 나온 회사를 싼 값에 인수해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투자수익을 돌려줬고, 계열사도 한 때 20여 개로 늘려 8,000억대 자산가로 불렸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자산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한 투자자는 "건물 하나에 법인 하나 꼴로 자회사를 세우고 계열 회사를 담보로 돈을 빌려 다른 회사를 매입하는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한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분 분쟁이 발생, 큰 손실을 보게 되면서 재무상태가 급속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이 전 회장에게 수 차례 전화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한 측근은 "현재 국내 모처에서 쇼핑몰 정상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 출국금지 조치했다.

법원 경매 담당 출신… 높은 수익률로 '9단' 명성

이상종 前회장은

이상종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은 법원 근무 시절 담당했던 부동산 경매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투자에 나서는 한편, 대학과 공공기관 등에서 10여년간 부동산 특강을 진행하면서 '부동산 투자의 귀재' '경매 9단' 등으로 불려왔다.

이 전 회장은 2005년 서울GG아카데미라는 부동산 실무교육기관을 설립해 모 대학과 정식으로 산학협동관계까지 맺어 그 대학 부동산 과정 전체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부터 부동산 강의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는데, 주로 경매로 나온 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2년과 2004년에 각각 인수한 서울레저프라자, 서울레저관광타운 등 사우나 업체가 대표적인 경우로 몇 배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그 동안 부동산 경매 투자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안겨줘, '앤젤(Angel)'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따랐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이 경매로 나온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서울레저그룹은 건설 호텔 교육 레저스포츠 항공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대, 한때 계열사가 27개까지 늘고 자산도 8,000억원대까지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과로 이 전 회장은 대한부동산학회 이사, 한국부동산컨설팅학회 부회장, 전국찜질방중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은행 대출금 등으로 경매 물건을 인수하며 무리하게 투자를 확대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코스닥 상장사 지분 인수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린 데다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진 것. 한 주변 인사는 "부동산 투자의 귀재도 결국 부동산 시장 급랭에 직격탄을 맞고 주저앉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