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빈 사무실.. 서울시내 대형 빌딩 "임차인을 찾습니다"

유하룡 기자 2011. 11.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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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청계천 삼일교 남쪽에 있는 '시그너처타워 서울' 빌딩. 통유리로 둘러싸인 건물은 햇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하지만 지상 17층 높이의 이 쌍둥이 빌딩은 대부분 비어 있다. 완공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들어오겠다는 기업이 없다. 이곳에서 청계천을 따라 서쪽으로 200m쯤 걸어가자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과 '페럼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두 빌딩은 미래에셋과 동국제강이 각각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면서 최근 입주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부 층은 통째로 비어있다.

한때 빈 사무실 찾기가 어려울 만큼 인기를 누렸던 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빌딩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기업의 임대수요가 위축되면서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완공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건물 전체가 텅빈 '유령 빌딩'마저 생겨나고 있다. 빌딩주들은 3~6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이른바 '렌트 프리(rent free)' 조건을 내세우며 임차인 모시기에 나서지만 공실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솟는 공실률

최근 공실률이 심각한 지역은 서울 도심 한복판의 A급 대형빌딩이다. 다국적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중구·종로구 등 도심지역의 A급 대형빌딩 평균 공실률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18.8%에 달했다. 이는 빌딩업계에서 말하는 적정 공실률(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세빌스코리아 홍지은 상무는 "오피스빌딩 공실률 조사를 시작한 1997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빈 사무실은 새로 지은 빌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자산관리업체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3분기 기준으로 다동 YG타워와 중림동 센트럴플레이스는 빈사무실 비율이 20%를 웃돈다. 중학동의 '트윈트리' 빌딩도 70%가 넘는 공실률을 기록했다가 최근 대림산업이 2개동을 임차하면서 겨우 공실이 해소됐다. 공실률이 100%인 빌딩도 있다. 중구 파인애비뉴 B동, 회현동2가의 스테이트남산 등이 대표적이다.

공실률이 높아지자 빌딩 간 '임차인 모시기' 전쟁도 한창이다. 현재 도심권 A급 오피스빌딩의 월 임대료는 3.3㎡당 평균 9만~10만원 선이다. 2년 전(12만원선)과 비교하면 20%쯤 떨어진 것이다. 일부 빌딩은 3개월 이상 무상 임차 등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실제 SK건설은 최근 17개월에 달하는 무상임차를 보장받고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 입주했다.

◇수요 적은데 공급 쏟아져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2000년대 들어 평균 5% 미만이었다. 2007~2008년에는 1%를 밑돌았다. 당시 런던·뉴욕·싱가포르 등 세계 대도시 공실률이 10%대였다.

하지만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수요와 공급 모두 악재가 겹친 탓이다. 오피스빌딩 주 수요층인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존 건물에 눌러앉거나 아예 사무실 축소에 나서면서 수요는 급감했다.

그런데도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까지 연 평균 서울의 오피스공급량은 연면적 80만㎡(24만평)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110만㎡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63빌딩(16만7000㎡) 건물이 7개쯤 시장에 공급된 것이다. 내년에는 완공예정인 오피스 연면적은 70만㎡로 다소 줄어들지만 2013년에는 다시 120만㎡로 늘어날 전망이다. 쿠시맨웨이크필드 관계자는 "2007년을 전후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빌딩 매입에 대거 나서자 한동안 중단됐던 대형 오피스개발이 한꺼번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2013년이나 돼야 회복 가능성"

전문가들은 중소형 빌딩을 포함한 서울 전체 오피스시장은 공실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소형 빌딩은 오히려 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형 오피스빌딩은 당분간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2013년까지는 공급이 계속 늘어나 도심의 경우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나 일부 우량 기업이 빌딩 매입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여 수요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금이 풍부한 일부 우량기업이 최근 1000억원대 이상 대형 빌딩을 사옥으로 쓰거나 임대 목적으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 대형 오피스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쿠시맨웨이크필드의 산제이 버마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단기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겠지만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면서 "임대료가 아직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30~40%쯤 싸고 경제성장률도 높아 성장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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