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허덕이는 땅주인..심각한 '랜드푸어'

전병윤 기자 2011. 8. 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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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편집자주] # 경기도 파주에서 20년간 농사를 짓던 신창용(가명)씨는 2008년 운정3지구 보금자리주택사업이 발표되면서 이주 대책을 세웠다. 농협에서 토지와 집을 담보로 3억6000만원을 빌려 교하리에 농지와 집을 마련했다. 곧 토지보상을 할 것 같더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년 넘게 끌고 있다. 급기야 연체 이자를 갚기 위해 사채에도 손댔다. 결국 집은 경매처분 중이다. 그에게 남은 건 언제 넘어갈지 모를 논과 2배로 불어난 은행 빚 뿐이다.

[보상 기다리다 빚더미…사채 손대고 파산까지]

- 파주 운정3지구 토지담보대출 1.2조 수준

- 사업지연에 이자급증, 일부 주민 극단선택

- 천안·평창 등도 유사사례…가계부실 가중

- 금감원은 파악조차 안해 '관리 사각지대'

↑파주운정3지구 주민들이 보금자리주택사업 지정 후 보상시기가 지연되자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땅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이자 갚기도 버거워 파산에 몰리는 '랜드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로 선정된 후 3년 넘게 토지 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파주 운정3지구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끊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MB정부들어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토지담보대출도 늘고 있다. 랜드푸어는 앞으로 집을 보유한 채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못지않게 가계부실의 한 축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파주 운정3지구는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에 보금자리 조성이 지연되면서 현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금융권에서 운정3지구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7900억원이다.

하지만 실질 금액은 더 불어난다.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회가 올 4월 주민들의 부채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부업체 등을 통한 대출과 이주한 곳의 토지와 주택을 담보로 빌린 금액을 모두 합치면 1조17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을 고려하면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용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른 보금자리지구의 경우 금융권 대출이 1000억원대 안팎이지만 사업 지연으로 운정3지구의 빚은 10배에 가깝다"며 "농협에서 연체가 없는 경우에 한해 이자납부 유예를 해준다고 했지만 대상자는 금액으로 따지면 135억원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한 토지 소유자들의 보유 땅은 경매처분되고 있다. 보상금액의 절반 수준에 헐값 처분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83건, 올들어선 4월까지 48건이 경매 처분됐고 현재 계류 중인 것만 31건"이라며 "은행 빚에 허덕인 주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겨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천안 신월·성환 등 2개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이 취소됐고 다른 지역도 사업조정이 예고돼 있어 유사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평창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현지인이 보유한 토지는 전체의 30%다. 이중 절반 가까이는 농협 빚을 낀 채 농사를 짓고 있거나 개발 기대감에 편승해 대출을 받아 펜션 등 투자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지인의 경우 기획부동산에 속아 대출을 받아 임야 등을 매입한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토지담보대출은 금융감독원 등에서도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특히 토지담보대출은 농협 단위조합이나 새마을금고, 캐피탈, 대부업체 등 주로 2금융권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대출 추이나 연체율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토지담보대출의 담보인정 비율을 최대 70%까지 해주는데 경매로 넘어가면 낙찰률이 60~70% 수준이라 원금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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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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