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택시장]'고분양가 자충수' 악성 미분양 U턴

이은정 2010. 3. 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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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이파크'는 최근 분양가를 10% 정도 낮췄다. 지난해 11월 일반분양 당시 6억3000만원대였던 83㎡형은 5억7000만원대로, 8억4000만원대였던 108㎡형은 7억6000만원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분양 이후 계약률이 40%대 수준에 그치자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카드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일반분양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면서 3순위 마감에서 18가구(177㎡)가 미달된 바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지난달만해도 10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던 49㎡형의 경우 9000만원이나 낮춘 급매물이 나왔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수요층 급감과 재건축 단지의 연이은 소송으로 인한 사업지연,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보름 정도 전부터 거래가 확 줄더니 며칠 전부터는 급매물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매수세는 크게 붙질 않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주택시장 생태계 자체가 이처럼 붕괴한 것은 담보인정비율(LTV)ㆍDTI 규제 영향이 가장 크다. 주택구매자가 신규주택을 분양받으려면 기존 주택의 매매나 중도금 대출이 원활해야 하는데 주택 대출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돈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그나마 남아있던 수요자들의 매수 의지는 고분양가가 꺾었다.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는 2008년 하반기 3.3㎡당 2029만원에서 지난해 하반기엔 2474만원으로 22% 급등했다.

뉴타운 지역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최근 분양을 마친 흑석한강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180만원을 넘었다. 지난해 7월 이 지역에서 분양한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분양가는 3.3㎡당 2034만원이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일반 분양가 오르는 것은 청약 수요가 이들 지역 중심으로 몰리고 있다는 데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이들 지역으로 청약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분양가가 자연스레 올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해말부터 지난 1월까지 양도세 감면혜택 시한종료를 앞두고 민간부문에서 너도나도 밀어내기 분양을 시행 한 것도 자충수가 됐다. 연말ㆍ연초 집중됐던 분양 물량은 결국 악성 미분양으로 되돌아왔다.

곳곳에서 주택시장 붕괴를 자초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게 업계 고민이다. 주택시장의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돈이 도는 선순환 구조로 바뀔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순차적으로 풀어주고 고분양가를 고집한 건설업체도 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주택시장이 비싼 분양가와 수요예측을 잘못한 공급확대, 대출규제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며 "주택시장의 고사를 막으려면 순차적인 규제완화와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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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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