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문화 철거'로 정신적 충격 심각

2009. 2. 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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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흩어진 주민들 향수에 시달려…자신감 상실·심리적 위축 경험

ㆍ재개발 주민 30가구 심층 조사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식' 뉴타운·재개발사업은 수십년간에 걸쳐 형성된 지역공동체를 단번에 해체시켜 지역민들에게 심한 심리적·정신적 충격을 안긴다.

재개발로 이주를 당해야만 하는 도시 빈곤층의 이 같은 정신적 피해는 그동안 압도적 경제논리에 묻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아예 재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전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민층이 모여사는 재개발 대상지역은 대부분 '골목문화'로 불리는 특유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보듬고 의지하는 '골목 공동체'다. 그러나 주거환경개선이란 이름의 재개발사업은 빈곤층 주민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고, 낯선 지역으로 밀려난 주민들은 향수와 외로움에 시달리며 자신감 상실, 심리적 위축을 겪게 된다. 이는 서울시 정책연구기관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과 민간연구단체인 한국도시연구소가 내놓은 '서울시 재개발지역 주민 연구'에서 잘 나타난다.

'철거가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부제의 보고서는 시정연 등이 2003년 5월 당시 재개발사업으로 이주한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주민들과 철거를 앞둔 성북구 하월곡3동 30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뒤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현행 재개발사업의 문제점으로 재개발지역 특유의 '골목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것"이라며 "공동체 해체는 이주민들에게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안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은 외로움과 이웃으로부터 고립·단절된 소외감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정신적 폐해는 주민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신림7동 출신의 이모씨(당시 50세)는 "신림동에 살 때는 시골인심이 있었다. 급전을 빌리기도 했고, 김장도 같이 하고, 부침개나 고구마를 나눠 먹었다"면서 "지금은 그 사람들을 만나질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보고서는 "골목 한 쪽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 과정에서 형성된 골목문화는 재개발지역 특유의 문화로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 골목문화는 이웃간의 강한 정서적 유대감 조성, 어렵지만 어려움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주민들의 생활에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공동체 해체와 관련, 지난 1월 진보신당이 마련한 '용산 참사와 주거정책'이란 주제의 긴급토론회에서 녹색연구소 박학룡 연구원도 "지역공동체가 감소되지 않고 그간의 삶이 유지가능한 재개발이 되도록 하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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