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사실상 '사망선고'.. '강부자 감세' 논란 커질 듯

2008. 9. 2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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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세율 67%나 줄어 존속 의미 사라져세금폭탄·세대별 과세 위헌 등 논란 불구부동산값 안정 순기능 무시 비판 일어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 22일 정부가 고위당정회의에서 보고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은 참여정부 부동산 세제의 골격인 종부세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과세 대상 상향(기준시가 6억원→9억원) ▲세율 인하(1~3%→0.5~1%) ▲1주택 고령자 추가 감면(최대 30%) 등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종부세를 더 이상 유지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말처럼 사실상 종부세 폐지를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상속ㆍ증여세 대폭 인하, 양도소득세 완화 등에 이어 종부세까지 근간을 뒤흔들면서, '강부자 감세'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유명무실해진 종부세

국세청이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과세 인원은 37만9,000세대. 이 중 기준시가 6억~9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가구가 22만3,000세대로 전체 종부세 납세자의 58.8%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체 가구의 고작 2%만 내는 '부자 세금'으로 치부되는 마당에, 이제 1%도 채 안 되는 '부자 중에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되는 셈이다.

단지 대상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현재 과표 구간별로 1~3%인 세율도 절반 이하인 0.5~1%로 줄어든다. 최고 구간의 세율은 현행 3%에서 1%로 무려 67%나 급감한다. 여기에 60세 이상 1주택 고령자는 10~30%를 추가 감면 받을 수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2008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하고,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현행 300%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종부세에 부과되는 농특세도 아예 폐지했다. 사실상 종부세 존속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70세가 넘는 고령자가 기준시가 10억원인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올해 예정대로라면 405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당정협의 기준을 적용하면 산출세액이 28만원으로 줄어든다. 종부세 부담이 1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이다.

■ 부자 감세 논란 증폭될 듯

물론 급격한 세 부담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2006년 종부세 부과대상을 공시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인별 합산 대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하면서 '세금 폭탄' 논란이 비등했던 게 사실이다. 강남 주민들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까지 제기했다.

무엇보다 은퇴 후 이렇다 할 소득 없이 생활하는 고령자의 경우 '종부세 폭탄'에서 구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동정 여론이 적잖았다. 심지어 세대별 합산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그렇지만 종부세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동안 부동산 가격 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만들지 않았다면 무차별적인 부동산 투기가 지속되면서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이 환부를 도려내는 수준이 아닌, 아예 전면적인 수술에 나선 데 대해 소수 부자들을 위한 개편이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인 것도 분명하다.

특히 이 정도 세율이면 현행 0.15~0.5%인 주택분 재산세 세율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이중과세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면서 종부세를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사실상 종부세 폐지를 위한 전 단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부동산 투기 광풍을 조장할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또 하나의 부자들을 위한 조치"라며 "모처럼 부동산 경기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또 한 차례 홍역이 예상된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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