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짐.. 나는 달팽이 아빠"

입력 2008. 7. 24. 07:14 수정 2008. 7. 24. 07: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편집자주] 한국경제가 경기침체,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고 있다.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불안한 요즘. 각계 각층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그들이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6차례에 걸쳐 집중 조면한다.

[[2008년 7월 당신은…1>강남 거주 대기업 임원]]

"아무리 계산해봐도 올해는 마이너스 나겠는데요. 아이들 학원·과외비가 엄청납니다. 아들이 고3이라 과외를 줄일 수도 없고 정말 부담이 크네요. 소득의 15%는 종부세·재산세로 그냥 날아가고…. 묻어뒀던 펀드랑 주식마저 죽을 쑤고 있으니 요즘은 정말 낙이 없습니다."

대형건설사에 다니는 김지엽 상무(가명·52)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A아파트에서 부인, 자녀 2명(고3 아들·고1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시가 20억원짜리 강남아파트를 소유한 연봉 1억2000만원의 고소득자. 누가봐도 부러운 조건을 갖춘 김 상무지만 올해 그의 가계부는 적자 위기다.

◇소득의 절반, 고스란히 사교육비로=

김 상무는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 매달 500만원을 지출한다. 지난해까지는 아들과 딸 모두 과외를 안 시키고 학원(학원비 총 350만원)만 보냈다. 하지만 올해 고3 수험생인 아들은 학원수업 외에 수학·과학 과외를 따로 받는다. 자녀들의 일년치 학원·과외비는 6000만원으로 외벌이인 김 상무 가계 총 소득의 절반에 달한다.

사교육비를 좀 줄여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들 친구 중에 전 과목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많다"는 부인의 얘기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적자가 나더라도 올 한해는 아들을 아낌없이 뒷바라지하기로 했다.

◇부동산·펀드 수익 모두 낙제점=

세금 부담도 크다. 김 상무가 내야할 올해 아파트 보유세(종부세+재산세)는 약 1800만원. 비싼 집에 산다는 이유로 한달에 꼬박 150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집값은 자꾸 떨어지는데 소득의 15%에 달하는 거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세금으로 내자니 여간 아까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집을 처분할 수도 없다.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강남을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매수세도 없지만 급매로 집을 팔더라도 양도세 내고 담보대출(2억원) 상환하면 중소형아파트로 줄여가거나 전셋집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까지 적잖은 수익을 올려 준 펀드와 주식은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오래다. 김 상무는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1억3000만원(부장 당시 급여 25년치 정산)을 퇴직금으로 받았는데 이중 8000만원은 펀드(2개)에 가입했고 5000만원은 회사 주식을 샀다.

지난해 1억원까지 불었던 펀드는 현재 6000만원으로 잔고가 줄었다. 그동안의 수익은 빼더라도 원금만 2000만원을 까먹은 셈이다. 매입가의 2배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만 믿고 투자한 회사 주식은 매입가보다 주당 2만원이나 떨어졌다.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갚을까하다가 수익률 높은 유동자금이 낫겠다고 판단해 펀드와 주식에 돈을 넣었는데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금 손실이 워낙 커 돈을 뺄 수도 없다.

◇가장 큰 고민은 '퇴직'=

김 상무는 요즘 '잘리는' 꿈을 자주 꾼다. 건설 경기가 안 좋아 당초 목표치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친했던 임원 몇명이 최근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그는 두 자녀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회사에 남고 싶지만 임원들의 평균 임기가 4∼5년인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상무는 부장이 되면서부터 퇴직 후 생활에 대해 고민해왔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업무 강도가 센데다 매일 벌어지는 일 해결하기 바빠 창업이나 이직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노후를 위한 준비로는 한달에 100만원씩 넣고 있는 연금보험이 전부다. 임대사업을 해볼까하고 상가·오피스텔 등도 알아봤지만 투자금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

퇴직 후에도 평균 수준의 소비생활, 친지나 친구들에게 부담없이 밥을 살 수 있을 정도의 품위는 유지하고 싶다고 김 상무는 자주 되뇌인다. 정부가 나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1주택자의 부동산 세금, 사교육비 등 지출을 대폭 줄여주는 게 급선무다.

"세금과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 적자 가계부 걱정하지 않는 날이 빨리 오기를…." 2008년 7월 김 상무의 희망 일기다.[관련기사]☞

달랑 집한채 월급쟁이강부자 '2중고'

진짜 강부자 vs 월급쟁이 강부자

'월급쟁이강부자',세금고민에 밤잠못자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송복규기자 cli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