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도 못했다" 거래절벽에 중개업자 개점휴업

김기정,이윤식 2016. 3.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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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協 게시판엔 업소 매물 봇물..경비 줄이려 합동사무소 차리고 꽃배달 겸업도
서울 송파구 한 중개업소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급감하면서 중개업소 매물도 쏟아지는 실정이다. [매경DB]
"목 좋은 부동산 사무실 양도합니다."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부동산 사무실을 팔겠다는 글이 넘치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동산 매매가 급감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공인중개사들 분위기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봄 이사철을 맞았지만 올해 초부터 급격히 위축된 주택 매매 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공인중개사들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중개업소 임대료 등 고정비용은 상승하는 가운데 지난달 한 건도 실적을 올리지 못한 공인중개사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 발표가 나오기 전인 작년 가을까진 거래가 많이 이뤄져 그때 번 돈으로 버티는 중"이라면서 "지금 상태가 6개월 이상 계속되면 부동산 사무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4953건으로 작년 2월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3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가구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 개업 공인중개사는 1만9993명이다.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여러 명이 함께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합동사무소도 인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간만 같이 이용하고 개별 등록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구조로 1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는 지정된 개인 책상을 사용하면 월 35만원, 미지정 책상은 월 25만원을 내고 고객 접대용 음료, 상담실, 사무실 집기는 공동 사용한다.

거래 부진이 계속되면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다른 업종을 겸업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개업과 꽃 배달 사업을 함께 하는 김포 고촌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주위 공인중개사들에게서 꽃 배달 사업을 함께 어떻게 하는지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빌라, 연립주택 등은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영등포구청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는 비싸다 보니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위주로 거래가 많아 겨울에도 큰 침체를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변호사들이 부동산중개업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에는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2~3년간 공인중개사 수가 크게 늘어 지나치게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개업 공인중개사 현황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수는 2011년 7만6232명에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던 2012년 7만5379명, 2013년 7만5630명으로 줄어 7만5000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다시 살아나자 중개업자 수는 2014년 8만265명, 2015년 8만1804명으로 늘어났다.

연남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 모 대표는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 자격증을 따거나 공인중개사와 협업하면 될 일을 왜 굳이 부동산 중개 영역까지 들어오겠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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