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폭탄에 상인 떠난다..압구정 로데오 '엑소더스'

이승주 기자 2015. 11. 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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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한 상가 점포가 폐업 후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한 카페 야외 테이블이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 / 이승주 기자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있는 상가 건물 1층 점포에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이승주 기자

줄어드는 매출에 속 타는 자영업자의 마음도 모르고 임대료는 야속하게 올라만 간다.

한때 강남 상권을 대표했던 압구정 로데오거리(강남구 신사동)가 긴 침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임대료만큼은 옛 ‘명성’을 지키려는 듯 그칠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임대료 폭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좌절만 남은 채 하나둘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떠나고 있다.

3일 찾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카페 손님을 위해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여럿 있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압구정 로데오 상가 점포들이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주변 상권으로 옮기면서부터다.

◆ 유동 인구 줄었지만 임대료는 강남역보다 비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압구정 상권의 월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 2013년 3분기 압구정 상권의 월 임대료는 1㎡당 3만3300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5만2900원 선까지 올랐다. 3.3㎡(1평)를 기준으로 하면 11만원에서 17만5000원으로 오른 것이다.

반면 강남역 주변 상권 임대료는 같은 기간 3.3㎡ 당 평균 10만8000원에서 11만4000원으로 6000원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강남 최고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역 일대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임대료가 6만원 가량 더 비싼 셈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압구정 로데오거리 주변 상가는 청담동과 가까워 임대료가 센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역과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유동 인구는 크게 차이가 난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유동 인구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압구정 로데오거리 주변의 유동 인구는 하루 평균 4900~5800여명 정도. 반면 강남역 강남대로 ‘지오다노’ 건물 주변의 일 평균 유동 인구는 7만8000여명으로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13배가 넘는다.

◆ 장사 매출과 따로 노는 임대료…상인들은 ‘곡(哭)소리’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중심부인 압구정로 50길로 들어서자 길 양옆으로 문을 닫은 빈 상가 점포가 제법 있다. 이면도로로 들어가면 건물 1층 전체가 빈 채 임차인을 구하는 곳들도 있었다.

강남 상권 한복판인데도 점포가 이렇게 비어 있는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주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로데오거리 상가들은 권리금이 없어도 임대료가 비싸, 어지간히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임차인들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로데오거리 S공인 관계자는 “장사는 안 되는데 건물주는 임대료를 더 높이려고 하니 상인들이 못 견디고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1층 기준으로 33㎡(10평) 정도 점포가 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세 300만~500만원이면, 권리금이 없다 치더라도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로데오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승준(가명·52) 씨는 “임대료 내고 나면 인건비도 못 건질 정도라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았는데 몇 달째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가게 낼 때 받은 대출 이자라도 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나와 있지만, 가게가 정리되는 대로 임대료가 낮은 곳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H일식집을 운영하는 홍모(57) 씨는 “우리는 영업을 한 지 오래돼 단골손님이 많아 그나마 살만한 편이지만 주변에 임대료 압박을 못 이기고 문 닫고 나가는 가게들이 많다”며 “상위 5%는 소위 ‘대박’이라고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기도 하지만, 절반 이상은 임대료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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