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의 습격.. 중산층도 감당 힘든 주거비

강아름 입력 2015. 9. 18. 04:49 수정 2015. 9. 18.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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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실거래가 438만건 분석

서울시 전세로 재계약할 때 평균 2943만원 더 들지만

준전세로 이동하면 3425만원↑

서초구는 준전세로 바꾸면 무려 1억4000만원이나 더 들어

갈수록 늘어나는 반전세

보증금도 고액… 세입자에 이중부담

극심한 전세난 속에 보증금을 낀 월세인 '반전세'가 임대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한지 오래. 5년간 순수전세 비중이 69.3%에서 59.3%로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반전세는 28.5%에서 36.5%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반전세가 전세 하락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과 전세를 고수하고 싶어하는 세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반전세가 늘고 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하는 월세와 별도로 고액의 보증금까지 지불해야 해 세입자로선 2중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전월세 실거래를 통해 실태를 살펴본 결과 반전세의 '습격'으로 서민과 중산증의 주거비 부담은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도시연구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토교통부의 전국 전월세주택 실거래가 438만7,589건을 분석한 결과 2년 전 전세로 아파트 계약을 한 서울 세입자가 올 4분기 전세로 재계약을 할 경우엔 평균 2,943만원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반전세의 한 형태로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준(準)전세'로 이동하는 경우는 평균 3,425만원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지만, 전세 재계약을 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반전세로 전환해 계약을 하는 경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얘기다.

구별로 살펴보면 특히 강남권의 준전세 주거비 부담이 컸다. 학군 영향으로 서초구는 2년 전 평균 전셋값이 4억8,233만원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던 지역인데, 올해 재계약 시점에도 추가 부담이 가장 큰 지역으로 나왔다. 전세 유지(7,948만원)시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준전세 이동(1억3,767만원)시엔 그보다 갑절의 부담이 더 들었다. 전셋값이 두 번째로 비싼 강남구(4억7,88만원) 역시 임대형태가 전세(795만원)보다 준전세(9,456만원)일 때 부담이 10배 이상 더 컸다.

종로구의 경우엔 자치구 중 유일하게 전세 재계약 시 되레 주거비 부담이 2년 전보다 3,498만원 줄어드는 반면 준전세 계약 땐 5,586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고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의 요구로 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많은데 그로 인해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이는 중산층으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문제"라며 "주거비 부담이 가계 전체를 흔드는 상황이 비단 서민이나 저소득층에 국한된 게 아니라 중산층한테까지 널리 퍼져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의 '2014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 96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10분위 가구의 경우 월 흑자액이 320만원인데, 이를 한 푼도 쓰지 않고 2년간(7,680만원) 빠듯하게 모은다고 해도 1억원이 넘는 주거비 인상분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고소득층의 상황이 이러니 월 소득이 100만원도 안 되는 1분위(월 22만원 적자)는 물론이고, 중산층에 속하는 5분위(월 흑자액 63만원)~9분위 가구(177만원)도 대출을 끼지 않고 추가 비용을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김상희 의원은 "반전세, 준전세의 확산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눈에 보이는 전셋값 상승보다 감춰져 있는 반전세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한 만큼 한시라도 빨리 정부가 정확한 실태 조사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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