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 아끼자" 부동산 직거래 카페 북적

김민호기자 2013. 11. 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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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월세에 중개수수료 부담 늘자 인기중개사 없이 계약땐 이용자 보호 장치 없어숨겨진 담보 등 사기 '조심'

"앞으로 셋집은 인터넷에서 구할 겁니다."

취업준비생 임모(26)씨는 올해 2월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셋집을 구했다. 부동산 수십 곳을 돌며 허탕친 지 2주 만이었다. 부동산 순례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임씨는 주중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없어 주말마다 지친 몸을 끌고 방을 봤다. 그러나 공인중개사가 보여주는 집은 너무 낡거나 월세가 비쌌다. 매달 60만원을 생활비로 쓰는 임씨에겐 20만~30만원 하는 중개 수수료도 부담스러웠다. 고민 끝에 임씨는 인터넷 부동산 직거래 카페에 가입했는데, 한마디로 신세계였다. 방 모습을 집주인, 기존 세입자가 올린 사진을 통해 살펴볼 수 있고, 친절하고 세세한 설명을 통해 주인 성격까지 살필 수 있었다. 임씨는 "계약방법도 카페 회원이 쓴 글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전∙월세난에 방을 구하려는 20, 30대가 인터넷 부동산 직거래로 몰리고 있다. 중개업자 없이 거래해 중개수수료도 아끼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서다. 국내 최대 직거래 인터넷카페인 네이버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의 가입자는 2009년 50만명에서 올해 216만명으로 늘었다. 매일 20만명이 카페를 찾는다. 주요 도시마다 제휴 부동산이 있어 회원 계약서를 대필해주거나 조언도 한다. 피터팬이 인기를 끌자 성격이 비슷한 카페도 우후죽순 생겨 '발품' '부동산 모아'도 회원수가 각각 29만, 66만명에 달한다.

직거래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다.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하숙방 직거래 경험을 쌓은 젊은 층이 속속 부동산 시장 주요 수요층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피터팬에서 셋집을 구한 회사원 장모(26)씨는 "대학생활 7년 동안 학교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해 방을 구해 직거래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느는 현상도 직거래 확산 요인이다. 월세는 보증금 등 목돈 거래 규모가 전세보다 작기 때문에 집주인, 세입자 모두 공인중개사 없이 계약하는 데 부담이 적다.

그러나 인터넷 직거래에는 여전히 위험 요소를 숨기고 있어 거래를 나설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공인된 부동산 중개인이 없는 직거래에는 등기부등본에 없는 담보가 숨어있거나, 사기꾼이 집주인 행세를 하는 등의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면서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하면 뒤늦게 계약에 잘못이 있는 게 밝혀져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건축업자, 중개업자들이 속속 직거래 장터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자가 일반인을 가장하고 수십 건씩 매물을 카페에 올리는 통에 장터를 이용하려는 선량한 세입자나 집주인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회원이 셋집까지 찾아가야 뒤늦게 공인중개사가 올린 매물이라고 밝히고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피터팬의 경우 전담 직원을 두고 매일 부동산 업체 4, 5개를 적발할 정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직거래 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대학생 강모(25)씨는 "(업자들에게) 너무 많이 속아서 피터팬은 지역 시세 조회나 시설을 살펴 볼 때만 이용한다"고 말했다.

직거래 시장 규모와 함께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지만,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도 별다른 연구 실적이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지난해 동의대학교에서 출판된 한 논문에서 ▦정부의 인증제 도입 ▦ 보증보험 가입 ▦ 계약 과정을 관리하는 에스크로우 제도 도입 등의 관련 대책을 제시한 정도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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