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경매 건수 사상 최대.. 가계빚 1500조 육박 한계점에 달해
집값 하락과 경기침체 여파로 올들어 수도권에서 새로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가계가 진 부채는 총 1500조원을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수도권 경매 아파트 사상 최대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은 7월 말 현재 수도권 경매 아파트 중 올해 새로 들어온 물건을 의미하는 신건이 8140건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고 5일 밝혔다.
7월 말까지 신건을 포함한 전체 경매 아파트 물건은 수도권에서만 2만677건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2000년(2만568건)보다 약 100건 많다.
집값 하락과 소득 정체 영향으로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단지를 항공촬영했다. | 김정근 기자
경매 아파트는 2008년 8681건에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2009년 1만4639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0년 1만4432건으로 줄어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2011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 소득이 정체되고 집값이 계속 떨어져 빚 갚을 능력에 한계에 이르자 원리금 상환을 포기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매매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대출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매에 넘겨지는 물건이 늘고 있다"면서 "2003년 카드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현 상황이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 가계빚 다시 증가세, 1500조 육박
공식적인 가계부채인 한국은행 가계신용은 지난해 말 963조8000억원에서 지난 3월 말 961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분기에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부동산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주택거래량이 급증해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인 469조9000억원이었다. 한 달 증가액 5조8000억원은 6년7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조8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는 가계대출이지만 은행 분류상 기업대출에 해당하는 자영업자 대출과 임대보증금 부채 등을 모두 합치면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은 1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2분기에는 취득세 감면 효과 때문에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며 "부동산 대책은 양면성이 있다. 경기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달성되면 가계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 한계점 다가오는 가계빚 부담
경매 아파트 증가는 가계가 대출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은행 대출은 462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9000억원 줄었지만 비은행 대출은 전분기보다 7조원 증가한 445조7000억원이었다. 다중채무자·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가계빚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세가격마저 올라 전세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외변수도 국내 가계부채 문제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추세와 더불어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라며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며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고혈압 환자와 같은 처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처방은 자칫 가계부채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을 떨어뜨리면서 거래의 숨통을 터줘야 하지만 정부는 주택가격의 거품을 빼기보다는 이를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연구위원도 "가계부채를 늘려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는 대책은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박재현·조미덥 기자 park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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