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라던 강남보금자리..웃돈 고작 500만원

김정태 기자 입력 2013. 7. 13. 05:36 수정 2013. 7.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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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강남보금자리지구로 본 보금자리주택사업 '명암'

[머니투데이 김정태기자][[부동산'후']강남보금자리지구로 본 보금자리주택사업 '명암']

 4대강 살리기와 함께 이명박(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보금자리주택사업. 2008년 당시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임대와 분양아파트를 주변 시세의 '반값'에 공급한다는 구상의 첫 반영물이 강남보금자리지구다.

 2006년 판교신도시에 이어 당첨되면 '로또'라는 인식 때문에 이곳 또한 최장 10년 전매제한기간이 걸려 있음에도 청약과열현상을 빚기도 했다. 막대한 공공물량 공급 계획으로 '집값 안정'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주택시장을 침체에 빠뜨리고 '전세대란'을 일으킨 '두 얼굴'의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시범사업인 강남보금자리지구의 전과 후를 통해 보금자리주택사업의 명암을 조명해본다.

- 분양가 3.3㎡ 1000만원대 '시세 절반' 파격 조건

- 강남 프리미엄 청약과열…고소득자 부당 입주도

- 민간주택 거래 직격탄 '부동산시장 위축' 부작용

- 전국 21곳 사업 지지부진… 축소·중단 퇴출 수순

강남 보금자리지구 'LH푸르지오'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차로 5분거리에 들어선 강남보금자리지구. 2009년 청약 당시만 해도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난립했던 옛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여느 택지지구처럼 골조공사가 한창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업지 초입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공사로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기반시설들은 대부분 완공됐다. 녹음이 우거진 대모산 산자락 끝으로 펼쳐지는 도로, 공원, 학교 등이 잘 정비돼 있어 쾌적한 느낌이었다. 특히 대모산과 중심 가로 사이에 조성된 생태통로는 문주와 꽃담 등 한국 전통의 미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자연친화적 도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로를 타고 안쪽에 들어서니 보금자리지구 전체를 통틀어 첫 입주단지로 기록된 A2블록 'LH푸르지오' 단지가 보였다. 지난해 9월 입주가 시작돼 지금은 912가구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

 단지는 마치 큰 공원 안에 조성된 아파트와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단지 안팎의 조경이 일품이었다. 단지 밖의 인공폭포는 산수화를 보는 듯했고 단지 내에도 공원길처럼 동선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아파트는 중저층에다 동(棟)간 거리도 일반 아파트보다 넓게 설계해 주거 쾌적성을 극대화했다.

 단지 내 보육시설과 경로당은 지열, 태양열 등을 사용한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했고 각 가정에는 에너지 사용량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춰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 단지 관리소장은 "수서역과 가깝고 세곡로와 헌릉로가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한데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저렴한 관리비로 주민들의 주거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A1블록 809가구 규모의 아파트도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다. A6블록의 전용면적 85㎡초과 중대형으로 구성된 민간분양 아파트 '래미안힐즈'도 내년 6월 입주 예정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강남보금자리지구는 보금자리사업이 시작된 지 4년이 채 안돼 외양적으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수억원 시세차익 예상한 '로또아파트'…실제론 웃돈 500만원 불과

서울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 A2블록 전경.

 4년 전 세곡·율현동과 우면동이 각각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되자 해당 지자체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구청 관계자들은 인근 주민들의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개발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MB정부는 비닐하우스나 무허가 건물 등으로 훼손된 그린벨트를 개발, 무주택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명분으로 사업을 강행했다. 강남·서초보금자리지구의 경우 보금자리주택사업의 가장 상징적인 지구였던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부 투기세력이 보상을 노리고 무허가 가건물이나 벌통을 만들어놓는 등 투기행위가 있었지만 그린벨트구역인데다 강력한 투기단속의 약발로 부동산시장은 잠잠한 편이었다. 토지보상도 속도감있게 진행됐다.

 2009년 6월 보금자리시범지구 지정 후 그해 9월 지구계획 승인이 떨어졌고 2010년 8월에는 대지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A2블록의 분양아파트는 3.3㎡당 1000만~1100만원으로 시세의 절반에 공급되는 '반값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예약경쟁률이 각각 24.9대1, 59.3대1을 기록한 데 이어 본청약에서는 50대1, 70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일반청약에서도 당첨자 무주택기간이 평균 22년의 청약저축 납입금액이 1900만원에 달해야 입주권을 따낼 수 있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MB정부 말기인 지난해 9월 보금자리주택이 최초로 입주했다. 이 아파트는 현재 85㎡ 이하 중소형 공공분양으로 전매제한에 묶여 있어 거래는 불법이다.

 강남보금자리지구 시세를 알 수 있는 단지는 민간분양인 '래미안강남힐즈'가 유일하다. 지난달 25일부터 전매제한에 풀려 분양권 거래가 합법적으로 가능해졌지만 거래는 뜸한 편이다. 전용면적 91~101㎡ 등 중형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현재 500만원 정도다.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1800만~2025만원선으로 인근 수서동 평균 시세(3.3㎡당 1977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시 인근 시세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 1순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인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금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제차 굴리는 자산가 보금자리로…전세대란·시장위축 부작용 안고 '퇴출'

강남보금자리 LH푸르지오 내 외제차. / 사진=송학주 기자

 보금자리지구의 '명'(明)은 여기까지였다.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 강남보금자리지구를 포함한 서울지역 임대주택과 관련, 고소득 자산가들이 부당하게 혜택을 누렸다는 감사원의 지난 5월 감사결과는 보금자리주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현장을 찾은 이날 일부 주민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갔다. 한낮임에도 주차장에는 고급 승용차와 외제차가 주차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LH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무주택자 자격으로 입주한 사람도 있지만 외제차를 몰고 오는 모습을 보게 되면 누가 봐도 이곳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지난 5월 감사원 자료가 보도된 이후 주민들은 외부인, 특히 기자들은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강남·서초보금자리지구는 강남권에 위치한 입지조건과 가격경쟁력 때문에 그나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나머지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보금자리지구는 6차까지 총 21개지구(54만가구)가 지정된 상태지만 사업장 대부분이 LH의 재정난과 토지보상문제를 둘러싼 지역주민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막대한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에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무주택자들의 전세선호현상이 '전세대란'으로 이어지고 민간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주택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한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금자리주택 역시 강남권을 제외하고 청약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들어 보금자리주택은 사실상 '용도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사업은 강남권 시범지구를 제외하고 대부분 도시 외곽에 위치한데다 집값 하락으로 가격경쟁력마저 상실해 서민층의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했다"면서 "공급과잉 논란과 민간시장 위축 등의 부작용 때문에 사업이 축소되거나 사실상 중단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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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정태기자 dbma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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