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가 된 보금자리주택

2012. 12. 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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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최근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공공이 건설하는 보금자리주택을 모두 임대주택으로 제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주택협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정책건의서를 최근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과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다. 협회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주택시장을 왜곡해 전·월세 시장을 불안케 하고 소득과 상관없이 중산층 이상에게 분양주택이 공급되는 등 본래의 도입 명분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MB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매년 15만가구씩 2018년까지 150만가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작년까지 43만7000가구(수도권 30만1000가구)를 공급했다. 다행히 올해는 대선의 주자들의 정책적인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줄어든 11만가구정도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금자리주택은 강남권을 제외하고 많은 곳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게 공급되는 보금자리 분양주택이 당첨자들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주고 이로 인해 대기수요가 발생하면서 '매매시장 위축' '전세대란'과 '내수경기 침체'를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 보금자리주택, '매매시장 위축'·'전세대란' 원인 제공

주변 시세의 80~85%에 공급되는 보금자리 분양주택이 당첨자들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주고 이로 인해 대기수요가 발생하면서 '매매시장 위축' '전세대란'과 '건설사 위기'를 촉발했다는 게 관련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보금자리 주택이 폐지되어야 할 명확한 이유는 민간경쟁시장에 정부가 엄청난 물량공급과 예고로 인해 단기간에 시장을 어지럽혔다는 점이다.

70년대에 농가소득 일환으로 일본에서 들여와 식용으로 키우면서 양식장을 이탈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황소개구리 역활을 'MB표 포퓰리즘'인 보금자리주택이 대신한 것이다. 황소개구리 수명은 5~7년정도 살수 있고 우리나라 참 개구리에 비해 몸집이 3~4배 이상이다. 황소개구리는 한꺼번에 1만50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번식이 매우 빠르고 서식 밀도도 계속 늘어났다. 놀라운 포식성과 육식성으로 소화력이 왕성하여 움직이는 모든 것을 다 먹어 치울 정도다. 주로 어류·뱀·곤충 등이며 심지어는 자기 동족인 올챙이와 자기보다 몸집이 적은 황소개구리와 일반 개구리 등 닥치는데로 먹어 치우며 또한 물고기와 물고기 알, 도룡뇽 등 양서류를 잡아먹어 우리나라 토종 생물들을 마구 잡이로 잡아 먹는다.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장까지 파고들어 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의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번식력이 강한 황소 개구리(보금자리주택)가 파충류(일반 주택시장)까지 먹이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생태계 먹이사슬 체계를 깨뜨리는 최악의 사태를 정부 스스로 좌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일본·중국 경기침체 원인,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시기와 겹쳐

하루가 다르게 몰락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집값 급등기인 1992년 8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11차례에 걸쳐 132조엔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 공공주택을 공급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와 더불어 주택수요가 대거 이탈해 미분양아파트와 빈집이 넘쳐 나 집값 급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기 적절치 못한 대규모 공공주택공급으로 일본 경기 추락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도 공공주택인 보장성주택 또한 주택경기 위축에 한몫하고 있다. 보장성주택은 중국판 보금자리 주택으로 불리는데 저가로 토지를 공급해 건립비용을 낮춘 뒤 주변보다 낮은 시세에 공급하는 형태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총 3500만가구에 달하는 보장성주택 공급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작정하고 수요·공급 양 측면에서 숨통을 조이자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기존주택까지 폭락하고 중국경제 성장률을 뒷걸음 치게 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물량채우기 위주의 대규모 보금자리 주택공급을 재검토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하락기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은 기존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국내경기전체를 장기간 후퇴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공공임대나 전면폐지가 바람직하단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는 보금자리 주택에 있어서 유력한 두명의 대선 후보는 한결같이 임대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현행 입장은 보금자리지구에 전량 임대 주택만을 공급하기보다는 여러 형태의 주택을 혼합해서 건설하는 '소셜믹스(social mix)'형 주거단지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박 대표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의 지속적인 대량공급은 요원한 문제다. 하지만 투기판이 되어 버린 강남권 보금자리주택과 분양가격이 서민들에게 버거운 보금자리 주택이 과연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따라서 서민주택 취지에 맞지 않는 보금자리주택은 대거 분양전환이 가능한 공공 임대아파트로 돌려야 한다. 적어도 공공분양주택을 임대주택과 함께 공급하는 경우, 민간부문의 주택수요와 철저히 분리하거나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전면 폐지하는 정책적 전환이 요원하다. 결론적으로 도심외곽에 수십만채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서민들에게 필요한 도심지역 적재적소에 수천채 주택을 공급해 주는 게 참다운 복지를 베푼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아파트 미분양 심각한 시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신규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미분양아파트 매입을 보다 확대, 분양아파트와 뒤섞는 소셜 믹스형태의 임대아파트로 활용을 고려해볼하다. 특히 미분양이 심각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청약제도 개선과 더불어 선착순 분양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며 "미분양을 포함한 주택 구입 시 적정 범위 안에서 양도소득세 징수 유예, 양도소득세 과세 이연제 도입 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와 달리 행자부와 국세청 전산망이 잘 구축돼 있어 매매 이력 추적도 가능해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주리라 본다"고 밝혔다.

◆ 공공임대 주택 건립과 주택바우처 제도 병행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 영구임대주택을 도입한 후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장기임대주택 비율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의 재고량은 89만가구로 전체 주택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은 11.5%다. 임대주택의 범위를 5년 임대나 장기전세·민간건설·매입임대 등으로 확대하면 약 146만가구로 총 주택재고량은 8.0%다. 2002년 102만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10년 새 44만가구가량 늘지만 서민들의 주택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저소득 임차가구의 주거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저소득 가구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평균 32.3%였다. RIR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도 24.6%에 달했다. 예컨대 월 100만을 을 번다면 30만~40만원을 월세로 내는 저소득 가구가 상당수에 이르는 셈이다. OECD가 제시하는 적정 RIR는 20%다. 그만큼 저소득층의 임차료 부담이 큰 것이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내년 국토해양부 예산 심의에서 20억원의 주택바우처 시범사업 예산을 편성했다. 추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주택바우처 사업이 첫발을 떼게 된다.

박 대표는 "국토부는 내년 시범사업을 통해 1857가구의 저소득층에 월평균 10만2000원씩 임차료를 지급할 계획이지만 좀더 혜택을 받는 계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점차 보증부 월세나 순수 월세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에 대한 임대료 지원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 주택바우처 제도다. 주택바우처는 정부에서 전·월세 지불능력이 부족한 가구에 임차료의 일부를 쿠폰 형태로 보조하는 것인데 세입자는 정부가 지급한 쿠폰을 집 주인에게 현금처럼 지불하고, 집 주인은 이 쿠폰을 공공기관에서 돈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48년 바우처 제도를 처음 도입한 프랑스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50%씩 부담하고, 독일은 월 소득 160만원 이하인 세입자 가구당 지급한다. 미국은 중위소득 80% 이하인 가구(전체의 2%)에 가구에 지급한다.

덧붙여 "당장 시간과 재원 문제가 얽힌 보금자리 지구를 통한 신규임대주택 건설에만 목매달지 말고 기존에 건립된 민간주택과 임대주택을 적절히 배합해 주택바우처지급을 병행하는 게 좋은 방법일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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