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아파트엔 `세가지 공식` 있다

매일경제

부동산 불황으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이 줄줄이 추락하고 있지만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낙폭이 유별난 단지들이 있다. 집값이 급락한 원인을 들여다보면 유형별로 크게 세 가지 정도 공식을 발견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이들 낙폭 과대 단지들이 먼저 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부동산 불황에 취약한 이유를 점검해 봐야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유형으로는 △과거 호황기 때 투기 수요가 많았던 강남 재건축이나 한강변 단지 △대지 지분이 적어 본질가치 면에서 인기가 추락한 초고층 주상복합 △정부 부처 이전으로 전ㆍ월세 등 임대 실수요가 갑자기 줄어든 과천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정책 이벤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한때 일부 거품마저 끼었다가 서울시장 등 교체 이후 정책 선회로 급속히 추락한 곳들이 있다. '강남 부촌(富村)'의 상장인 서울 압구정동이 대표적이다.

2007~2008년 금융위기 직후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때도 이곳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정책 발표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한강변 낡은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을 높이고, 50층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면 향후 가격이 크게 뛰어오를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었다.

2008년 말 9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압구정 구현대3차 전용 82㎡형은 2010년 한때 14억원에 실거래됐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한강 르네상스' 정책이 전면 폐기될 가능성이 커지자 최근 8억7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여의도 일대 한강변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2008년 7억원 선이던 여의도 삼부아파트 전용 92㎡는 2010년 초 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지난달 6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고점 대비 40% 가까이 추락했다.

금융위기 이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도 비슷한 신세다. 분당의 간판급 주상복합인 '파크뷰' 전용 124㎡는 2006년 한때 17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 최저 8억8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57㎡는 2006년 19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3억500만원에 실거래됐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용적률을 아파트 대비 훨씬 올려 지은 주상복합은 대지 지분이 적어 개발 가능성이 없는 데다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며 주상복합 고유 장점마저도 사라졌다"며 "투자 목적인 매입 수요가 사라진 데다 관리비가 비싼 단점도 불황일수록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가 급감하며 시세가 추락한 곳도 있다. 연말부터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대거 이전하면서 한시적으로 수요 공백이 생긴 과천시가 대표적이다.

2006년 12억5500만원에 팔렸던 과천주공5단지 전용 124㎡는 최근 7억1000만원에 계약서가 오갔다. 주공2단지 전용 52㎡는 2006년 9억400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었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5억8000만원 선에 불과하다. 반면 실수요가 많아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펼치는 반포ㆍ잠실 등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2009년 입주한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5㎡는 2010년 한때 일부 가구가 14억원 선에 팔렸지만 요즘 시세는 위치에 따라 11억~12억원 선이다. 2008년 준공한 잠실 리센츠는 2010년 10억~10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다가 요새 시세는 8억~9억원 선이다. 고점 대비 시세가 떨어지긴 했지만 낙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높은 전세금 등 임대수익이 시세 하락을 막아주는 안전판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투자자보다는 실요자가 많은 곳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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