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입자, 집 사러갔다

아시아경제

"여기 전셋값이 근교 신도시 집값"
하남·남양주 등으로 눈돌려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살고 있는 단지에서 직장인 강남역까지 1시간 가량 걸린다. 내년말이면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다 10분만 더 일찍 일어나면 전세금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어 계약을 고려중이다."

최근 7호선 연장 개통으로 부각된 부평역 인근 견본주택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북적거린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온 김승화씨(43)도 그 중 한 명이다. 메뚜기처럼 전셋집을 찾던 김씨는 지금 집의 전셋값에 조금만 더 보태 내집을 마련하겠다며 주말마다 견본주택 순례를 하다 이곳에서 집을 마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부평, 김포, 남양주 등지의 미분양 아파트에 서울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다. 오름폭은 크고 떨어질 줄 모르는 전셋값 때문이다. 이달 초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8년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연평균 상승폭이 5%이상에 달한다. ▲2005년 2.3% ▲2006년 9.8% ▲2007년 3.7% ▲2008년 1.1% ▲2009년 6.0% ▲2010년 6.4% ▲2011년 10.8% 등을 나타냈다. 올 들어서도 전셋값이 꾸준히 올라 부담이 커진 이들이 인접 신도시 아파트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 근교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는 밀려난 세입자들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한강 '래미안 부평' 분양 소장은 "7호선 연장구간 개통 이후 서울의 전세민들이 몰려들며 계약률이 오르고 있다"면서 "교통도 편리해진 데다 서울 전셋값 수준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집계로는 부평구 부평동 평균 아파트값은 ㎡당 227만원이다. 서울 강서구의 평균 전셋값 ㎡당 213만원과 구로구의 201만원과 비교할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포시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준공후 미분양 단지가 많았던 한강신도시 단지들은 9ㆍ10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혜택의 대표 수혜지역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호전됐다.

운양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김포한강로를 이용해 여의도 등지로 출퇴근하려는 젊은층의 수요가 많다"며 "전세와 매매거래 모두 이전보다는 잘 되고 있는데 올해 분양한 래미안이나 롯데캐슬 계약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등포와 마포, 강서권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부평, 부천, 김포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 P공인중개사는 "아예 전세물건 찾기를 포기를 해서인지 손님은 물론 매물도 전에 비해 줄었다"며 "전세금이 2년전보다 몇천만원 가량은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서부권역과 달리 서울 동부권 수요자들은 구리, 하남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 강동구의 전셋값은 지난해 4분기 ㎡당 평균 222만원에서 올해 4분기 현재 236만원으로 1년새 6%나 올랐다. 강동구 암사동 D공인 관계자는 "강동구 시내권에서 벗어난 롯데캐슬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이 3억5000만원이다"며 "이 가격이면 구리시 중심가인 교문사거리에서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말했다. 이어 "암사동이나 천호동의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전세는 오르면서 인접지역으로 옮기는 수요자들이 적잖다"며 "내년 말 암사대교가 새로 뚫리는 것도 교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기반시설 미비로 외면받던 남양주 일대도 전세입자 탈출구로 부상하고 있다. 경춘선 복선전철 급행을 이용하면 용산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또 외곽순환도로 퇴계원IC 등을 통해 강남권까지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 별내신도시 퇴계원역 인근 S아파트의 전용 84㎡ 가격은 2억6000만원. 별내신도시와 인접한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G아파트 전용 84㎡의 평균 전세가는 2억4000만원으로 차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몇년간 서울 전세가가 크게 오르면서 인근 도시의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이들 지역에서 서울 강남이나 도심으로 진입하는 교통편의가 개선되면서 외곽이라는 편견이 사라지며 풍선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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