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자고나면 부동산 대책, 시장 불확실성만 키워

강도원 기자 2012. 11. 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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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2008년 이후 23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흔들었다. 매번 시기를 놓친 데다 국회 등 입법화 과정에서 좌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합대책이 보통 시장에 2~3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4~5개월마다 쏟아지는 대책은 실제 시장에 영향을 줄만 하면 다시 새 대책이 나와 효과를 희석시켰다는 평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민간에서는 "또 대책이 나오겠지"하며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 내놓을 때마다 실기(失機), 그나마도 찔끔 대책

부동산 경기 침체속에서 2010년부터 전세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 7.9%였던 전세가격 변동률은 2010년 8.2%로 뛰었다. 이 기간 정부는 꿈쩍도 안했다. 2011년 들어 상황이 악화되서야 그해 1월13일 전·월세 안정대책, 2월11일 전·월세 안정 추가대책, 8월18일 전·월세 안정 대책을 쏟아냈다. 결과는 실패였다. 1년새 전·월세 관련 종합대책이 3번이나 나왔지만 2011년 전국 전세가격은 12% 급등하며 전세난민, 반전세 등의 말을 만들어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뒷북 정책이다. 다른 대책들도 마찬가지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집을 팔 때 생기는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2009년 3·13 대책으로 나왔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법안 개정을 못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 찔끔찔끔 나온 것도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집값 급등기에 생긴 각종 규제 방안들은 집값 하락기에 과감하게 풀어야 했는데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 문제다. 2009년 9·7대책부터 시작됐지만, 정부는 DTI를 완화하면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며 2년여에 걸쳐 DTI를 완화했다. 서울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대책 역시 2008년 10·21 대책에서 첫 논의가 됐고 11·3 대책에서 소폭 완화가 됐으며 올해 5·10대책에 와서야 완전히 해제됐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국회에서 5번이나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

당·정 협의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발표된 점도 문제였다. 2009년 양도세 한시 비과세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갈등을 빚었다. DTI 수정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뉴타운 해제를 두고 의견이 달랐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여당 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못해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현 정권이 출범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급등기에 만들어진 각종 정책을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찔끔찔끔 해제하면서 제대로 시장을 이끌지 못했다"며 "집값 급등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 1년에 5번씩 나온 대책에 내성 생긴 부동산 시장

너무 많은 대책이 쏟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나온 대책은 연도별로는 2008년 들어 9건, 2009년 7건, 2010년 2건, 2011년 6건, 2012년 3건이었다.

대책이 너무 자주 나오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대책을 기다렸다. 2008년의 경우 9월부터 12월까지 5번의 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책에 따른 시장 상황을 분석하기도 전에 새로운 대책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정부가 얼마나 가볍게 대책을 만들고 발표했는지를 보여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내성이 생긴 시장은 더 큰 기대만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거래 단절 현상은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은 박사는 "5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항상 시장을 이끌지 못하고 시장에 끌려갔다"며 "정부가 불확실성을 더 키운 꼴"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정부가 발표하고 이행이 안 되는 과정이 유독 이 정부 들어 자꾸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발표와 시행의 괴리에서 시장은 정부를 더는 믿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정부 정책의 질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타이밍을 놓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며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는 다음 정권에 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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