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변한다] (6) 이진오씨의 서울 봉천동 주택

채민기 기자 2012. 2. 2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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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놀러와 '가족'이 된다

바쁜 일상 탓에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문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집은 닫힌 공간이 되어 간다. 집이 여러 사람들이 드나들며 어울리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희미해지고 있다.

건축가 이진오(건축사사무소 SAAI 소장·42)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하는 집'을 지었다. 지난해 봄 설계를 의뢰했던 집주인은 40대의 국악인 부부. 10여년 전 결혼하고 줄곧 아파트에서 살아왔다는 이들은 '연습실이 딸린 집'을 바라면서 "음악하는 동료들이 찾아와 함께 작업하기 편한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이씨는 이런 주인의 바람들을 설계에 반영했다. 지난주 서울 인헌동(옛 봉천동)의 주택에서 만난 이씨는 "이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의미를 주인 부부는 물론 친구, 동료들까지로 확장하고자 했다"고 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인 이 집은 대지 면적이 152㎡(46평), 건물 연면적이 273㎡(83평)이다. 한 층의 넓이가 66㎡(20평) 내외인 좁고 높은 모양이다. 이씨는 "내부의 붙박이 가구를 합쳐 4억2000만원 정도의 공사비(땅값은 제외)가 들었다"고 했다. 지하는 연습실, 지상 1층은 주차장으로 쓴다. 생활공간인 2∼4층은 네모난 상자 3개를 큰 것부터 크기 순서대로 쌓아놓은 모양이다.

이씨는 "2∼4층 중에서 부부가 사용하는 공간은 안방과 화장실, 드레스룸이 있는 3층"이라며 "3층보다 넓은 2층에 거실과 주방, 손님 방을 뒀다"고 했다. "자고 가는 손님들이 주인을 의식하지 않고 냉장고와 화장실, TV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음반 작업을 같이 하는 연주자들이 외국에서 오는 경우도 있어요. 집에 연습실이 생겼으니 호텔보다는 이 집에서 지내는 쪽이 작업하기가 편하잖아요. 여기 머무는 동안은 자기 집처럼 편하게 쓰도록 한 거죠." 건축주 부부의 설명이다.

2층 손님과 3층 주인의 동선이 부딪치지 않도록 한 배려도 눈에 띈다. 1층에서 계단을 올라와 2층 현관문을 들어서면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옆에 있다. 3층 안방에는 굴뚝처럼 2층의 세탁실로 뚫린 부분이 있다. 건축주 부부는 "빨 옷을 세탁실로 가져가기 위해 2층을 지날 필요 없이 방에서 바로 세탁실로 옷을 옮기게 했다"고 했다.

지하 연습실에는 널찍한 합주실 옆에 작은 골방 같은 개인 연습실 2칸을 따로 만들었다. "동료들과 각자 연습하다가 필요하면 합주실에 나와서 맞춰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한다. 편의상 '가족실'이라고 부르는 4층도 실제로는 친구들을 염두에 둔 공간이다. "친구들이 오면 같이 고기를 구워 먹거나 술을 마시는 곳으로 쓰려고요."

연주자인 주인 부부는 "단독주택에 살기 위해 서울을 떠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오전에 리허설을 하고 저녁에 공연할 때가 많아요. 그 사이에 잠깐이라도 집에서 쉬려면 공연이 주로 열리는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먼 곳으로 가긴 어려웠죠."

아파트를 팔고 서울에 집을 지으려니 땅이 좁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단독주택 대신 자신들의 생활에 꼭 맞는 맞춤형 집을 지었다. 마당을 생략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택에는 마당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따르기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점을 집에 최대한 반영했다"고 했다.

"집은 주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일상을 실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축가 이씨가 말했다. "국악인 부부라기에 처음에는 한옥의 들창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건축주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그런 게 꼭 중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집의 형태는 건축가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주인의 생활에 맞춰 자연스럽게 생겨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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