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중동 악몽'..신용등급 하락, 어닝 쇼크, 그 다음은?

김수현 기자 2015. 10. 2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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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공단에 완공한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 전경.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끝날 것 같았던 중동발(發) ‘어닝쇼크(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의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다.

해외 부실 여파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지더니, 일부 건설사는 1조원대 영업손실이란 어닝쇼크 직격탄에 회사가 휘청거리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저가수주 부메랑이 ‘어닝 쇼크’로

23일 한국신용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22일 발표된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조5127억원, 순손실은 1조334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2% 하락한 856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중동 정세 불안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고, 저유가로 발주처 상황이 어려워진 탓에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 공사가 늘면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이 2011년과 2012년에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에서 크게 손실을 봤다.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가스 프로젝트와 아랍에미리트(UAE) CBDC 정유, 사우디 얀부 발전 3개 프로젝트에서 총 1조원의 손실이 났다. 이라크의 바드라 가스 프로젝트와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에서도 각각 1200억원과 1400억원을 손해 봤다.

이 시기는 건설사들이 중동 수주에 열을 올리면서 저가 수주가 횡행했던 때다. 안 그래도 싼값에 수주해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였는데 공사기간이 늦춰지고 추가 공사비도 제대로 받기 어려워지면서 손실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주택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엔지니어링로선 최근 활황인 주택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실적을 만회할 기회조차 없었다.

◆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

중동에 발목이 잡힌 것은 삼성엔지니어링뿐만이 아니다. 이달 중순 한국기업평가는 SK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SK건설은 이미 7월 기업 신용등급 전망(A0)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됐다.

올해 9월 준공 예정이었던 사우디 와싯 프로젝트 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이 2011년 수주한 가스플랜트 프로젝트다.

이 사업장을 비롯한 해외 원가율 상승으로 SK건설은 2013년 49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9% 줄어든 5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한화건설 도 같은 시기에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락했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이 지분 100%를 가진 사우디 현지법인(Hanwha Saudi Contracting Co.,Ltd.)은 올해 상반기 14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 유가 반등 없이 실적 개선 어려울 듯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양질의 수주 잔고를 늘려 실적 악화를 상쇄해야 하는데, 저유가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주요 중동 국가들이 발주 물량도 줄이고 공사비도 빠듯하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3일까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358억268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11억737만달러)과 비교하면 70.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중동 수주액은 125억3244만달러에 그쳐 2014년 같은 기간(272억8164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동 중에서도 수주 텃밭으로 꼽히는 사우디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주한 도로와 항만 공사 대금을 6개월이나 미뤘다가 지급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반등해야 건설사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수익성도 좋아지고 추가 수주도 늘어나는데, 지금은 둘 다 아닌 상황”이라며 “해외 현장에서 손해를 보는 일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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