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일부 기업들 해고통보 시작.. 비정규직 '운명의 6월'

2009. 6. 8.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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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보호법 아닌 해고법" 분통 금융기관·유통업체등은 정규직 전환

고교 졸업 이후 줄곧 대기업 계열사에서 우편물 분리ㆍ배달 업무를 해온 하모(54)씨는 최근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7월을 앞두고 회사가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다.

비록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이지만 '대기업 직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온 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하씨는 "오십 넘어서 새로 무슨 일을 하겠나.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직장에서 쫓아내는 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규정 시행이 임박하면서 2년 이상 장기 근속한 비정규직들을 중심으로 계약 해지가 속출,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충남 서산의 D오토에서 일해온 근로자 80명은 지난달 26, 27일 해고 예고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D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일했는데, 통보서에는 "6월30일로 도급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해고될 것이니 양해 바란다"는 내용만 간략하게 써 있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은 경영효율화 등 갖가지 명목으로 해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전국 1만714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14만명. 한 공기업 인사 담당자는 "정부의 개혁 방침에 따라 정규직마저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7월 이후 사용기간 2년을 넘는 비정규직은 100%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 공기업에서 일하는 김모(48)씨도 "근무하는 부서에서 비정규직 17명이 6월30일로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면서 "고용기간 2년 연장 등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사측이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3년째 간호사로 근무하는 김모(29ㆍ여)씨는 계약만료를 4개월 앞두고 해고 통지를 받았다. '정규직 간호사는 필요 없다'는 병원 방침이 너무 확고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때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나도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으나, 현실은 너무 냉정하다"고 울먹였다.

기업측도 할 말은 있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운전, 청소,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직은 2년 넘는다고 일을 훨씬 잘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이윤 창출이 우선인 기업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채용과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량 계약 해지가 비정규직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계약을 해지한 비정규직 사무보조원을 새로 뽑는 대신, 정규직들이 업무를 나눠 맡았다"며 "다른 업체들 상황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대형 금융기관과 유통업체에서는 법 취지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외환은행이 11일 계약직 직원 430명 가운데 100명을 사실상의 정규직인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해 하나, 신한, 우리은행 등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마쳤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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