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두고 창업? 젊은 직장인들 '잡스 증후군'

류정 기자 2011. 10. 2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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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위대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만이 진정한 만족을 줄 것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돼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대기업 7년차 최모(33·전산담당)씨는 애플 신화를 남기고 떠난 스티브 잡스의 어록을 되새기며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다. 암 투병을 하던 잡스는 생전에 "돈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회사의 부속품처럼 살기보다 잡스처럼 가슴 떨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잡스의 삶에 자극받아 진로를 고민하는 '잡스 증후군'을 앓는 젊은 직장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의 인재들이 이런 방황을 하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선 큰 손실이다. 회사 내에서도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음을 일깨워 줘야 한다.

◇밥벌이에 자부심을

국순당 배중호 대표는 1992년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술을 빚는 사업이 싫었다고 한다. '술장사'라는 생각뿐 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다. 배 대표는 고민 끝에 '몸에 좋은 술을 만들고, 전통주를 지켜낸다'는 기업 철학을 세웠다. 이런 기업 가치를 갖고 개발한 '백세주'는 약주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 직원들의 의식도 바뀌었다. 개량한복을 입고 일하는 직원들은 '전통주에 관한 한 우리가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책을 제작한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직원들은 자신의 사명을 책상 위에 걸어놓고 일한다. 일명 '사명 선언서'다. "돈과 권력에 관계없이 모든 인격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윤택한 정신세계를 가꾸도록 돕겠다" 같은 내용들이다.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는 "수습사원 기간을 마친 뒤 사명선언서 낭독식을 갖는데, 처음엔 취업이라는 개인 목적만 생각했던 젊은 직원들도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사명감을 찾고 나선 큰 열정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월급만 지급하는 것은 단순한 '노동 계약'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치를 부여하면 노동 계약은 한 차원 높아진다. 직원들이 회사와 연대감을 갖고 회사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을 하나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소외당하던 직원들도 가치를 심어주면 충성파가 된다. 2000년 외환위기 직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보험 설계사들을 모두 불러놓고 '가치 선포식'을 가졌다. "우리는 하찮은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사명은 곤경에 빠진 고객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온갖 수모를 당하던 주부 설계사들은 이날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고객 앞에서 당당한 열혈 직원들로 거듭난 이들은 교보생명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혁신의 설렘

요즘 직장인들은 잡스가 추구했던 '혁신과 변화'에 감동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긍지를 원하는 것이다.

애플이 직원을 사로잡은 방식도 그와 같았다. 아이폰을 만드는 핵심부서인 무선사업부는 1년에 고작 3일 쉬고 일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세다. 그러나 고된 업무를 견디게 하는 것은 "최고의 회사에서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이다. 잡스는 직원들로 구성된 '100인 연찬회'를 개최해 인재들의 자부심을 높이기도 했다. 해마다 잡스로부터 지명된 최고의 100인들은 잡스와 3일간 토론하며 자신이 혁신의 주체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출판사 웅진씽크빅은 '혁신 3종 세트'로 성장하고 있다. 모든 직원은 일주일에 2시간30분씩 업무를 중단하고 '아이디어 모임'을 갖는다. 여기서는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또 직원이 기발한 창업 아이디어를 내면 회사는 사내 벤처사업을 지원한다. 최대 30일간의 해외 체험활동도 지원한다. 직원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사업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직원 우선주의

즐거운 회사문화로 직원들을 사로잡은 회사들도 많다.

"매일 아침 눈뜨면 회사 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요. 주말에는 월요일이 너무 멀게 느껴져 참을 수 없을 정도예요."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한 직원 말이다. 이 회사 철학은 '직원의 행복이 고객의 행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정한 이 회사의 10대 가치에는 '재미와 약간의 희한함을 창조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무공간을 놀이동산처럼 꾸며 놓기도 하고, '얼간이처럼 옷 입기' 같은 행사도 연다. 1999년 신발 전문 쇼핑몰로 출발한 이 회사는 10년 만에 매출 10억달러 회사로 성장했다.

인터넷 업체 넷앱은 직원들에게 마사지실과 무료 세차를 제공한다. "직원들은 더 나은 연봉이나 직책을 제안받았을 때가 아니라,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이직을 생각한다"는 경영진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도움말=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김가영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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