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안 보고 오디션 도입.. 기업들 채용방식 파괴

김기홍 기자 2013. 4.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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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기업 채용 트렌드는] 스펙, 줄이거나 없애거나 - KT·SK 오디션 형식으로 채용 끼·재능 등 지원자 창의성 중심.. 현대차, 해외 연수 기입란 없애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오라" - 고졸·장교 등 다양한 출신 채용 기업銀, 중소기업 인턴 우대.. 삼성은 SW개발 인문학도 뽑아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 1층에 위치한 올레스퀘어에 20대 남녀 100여명이 몰려 들었다. KT가 실시한 '올레 스타 오디션'에 참여한 입사 지원자였다. 한 지원자는 대학 재학 중 자신의 전공인 마케팅 분야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경험을 발표했고, 다른 지원자는 재학 중 입상(入賞) 경력 결과물을 면접관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KT는 올해 처음으로 공개면접 방식의 전형을 도입했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장점을 자기 소개서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지원자를 위한 현장 면접이다. 김상효 KT 전무는 "인재 채용 과정에서 서류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주요 대기업들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틀에 박힌 전형에서 벗어나 채용 과정에서부터 다양하고 창의적인 변화에 적합한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다.

◇대세로 자리 잡은 열린 채용

요즘 대기업 채용에선 '열린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원자의 학력과 스펙(각종 자격 요건)을 아예 보지 않거나, 예전보다 덜 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9일부터 공채 서류를 접수하는 롯데그룹은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공채에 합격한 고졸자는 입사 이후 대졸자와 직무·처우 면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 롯데는 올해 고졸 8000명을 포함해 모두 1만5500여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부터 지원서 기재 항목을 28개에서 20개로 줄였다. 제2외국어 점수나 해외 연수 경험 등 스펙을 적어내는 부분을 줄인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취업 지원자가 입사 지원서에 적어낼 스펙을 만들기 위해 졸업 후 1년 이상 해외에 나가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장교 등 우대

다양한 계층에서 인재를 충원(充員)하려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로 다른 경험과 경력을 가진 인재를 뽑은 뒤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조직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은행은 올해 채용부터 중소기업 인턴 경력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채용 인원의 5% 정도를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채운다. 주고객이 중소기업인 만큼, 중소기업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장교 출신을 별도로 뽑는 전형을 신설했다. 장교 출신은 리더십과 애사심이 강해 일반 대졸자보다 조직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균등한 기회 보장 차원에서 저소득층 자녀와 지방대 출신의 채용을 늘리기 위한 정원 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채용 방식도 창의적으로 진화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해 창의적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바이킹 챌린지'라는 독특한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력이나 외국어 점수 등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탐험과 도전을 즐기는 바이킹족 같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끼와 재능만을 보는 것이다. 오디션 형태로 지역 예선과 최종 결선을 거쳐 합격자로 선발되면 상반기 인턴으로 활동할 수 있다. 지난해 바이킹 챌린지 합격자 중 SK그룹 정직원으로 채용된 비율은 70~80%에 달했다고 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올해 도입한 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도 눈에 띈다. SCSA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개발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삼성은 올해 상·하반기에 100명씩, 모두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장은 "감성을 중시하는 미래에는 인문적 소양을 갖추고 기술을 이해하는 통섭형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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