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쟁' 청년백수들의 절망.."악몽의 쳇바퀴"

2008. 10. 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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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금융위기의 그늘… "두달 알바, 두달 무직"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러온 경기 침체 한파가 20~30대 취업 시장에 휘몰아치고 있다. 대기업·공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맬 태세이고 공무원 역시 채용 축소가 점쳐진다. 이달 초 한 중견그룹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151 대 1. 200명 모집에 3만69명이 몰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의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62.7%.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금융위기로 기업 고용환경 나빠져 더 암울졸업연기·구직포기…"차라리 해외가 살길"

전모씨(30)는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7월 시험에 낙방한 후 새벽같이 모교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전씨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공부하려니 자괴감에 하루가 버겁다"고 말했다. 전씨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인원을 줄이거나 안 뽑으면 그동안 준비했던 사람들은 어떡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비자발적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족도 늘고 있다.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3년1개월 만에 가장 많은 14만명에 육박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6·여)는 구직 포기자다. 김씨는 대학때부터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기업 시험 공부를 해 온 '성실파'였다. 2년여가 흐른 지금 김씨는 공황상태다. 김씨는 "자꾸 떨어지다보니 상처가 크다"며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 자신을 추스르고 싶어 취업 공부를 그만뒀다"고 했다. 김씨는 친구들도 만나지 않는다. 휴대폰도 없애버렸다.

취업난이 20~30대 청년들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취업의 바늘구멍 앞에서 젊은이들은 절망부터 배우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청년실업자와 취업애로층(취업준비자·구직포기자 포함) 등 '청년 백수'는 136만명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에만 6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취업은 청년들에게 '전쟁'이 됐다.

전문대를 중퇴한 박모씨(27)는 웹디자인 학원에서 전문 기술을 익혔지만 구할 수 있는 일은 비정규직뿐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계약이 끝날 때를 대비해 다음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박씨는 "2개월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음 2개월은 그 돈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며 "나이가 들면 점원 일도 구하기 힘들어질텐데 그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취업박람회'는 입구에서 배부한 구직컨설팅 대기표가 5분 만에 동이 났다. 참여 업체는 지난해 300여개에서 올해는 175개로 줄었다. 서울지방노동청 측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박람회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4만5000명이 몰렸다"고 말했다.

취업난은 고학력층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취업애로층은 대졸 이상이 50%, 재학·휴학생들을 합하면 66.2%가 고학력자다.

16일 저녁, 신촌의 한 극장 건물내 마련된 스터디모임 19개 방이 취업준비생으로 가득차 있었다. '대기업 취업스터디' '면접스터디' 'XX전기' '○○엔지니어링' 등 모임 이름이 방문마다 붙어있다.

모의면접을 하고 있던 김호경씨(25·성균관대4)는 "졸업 전까지 어떻게든 스펙(취업 조건)부터 높여야 할 것 같다"며 "이번 학기에 취업을 못하면 졸업을 연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 같은 '자발적 졸업유예자'는 대학마다 늘고 있다.

취업을 위해 전문대학을 선택한 이들도 취업난을 겪기는 마찬가지. 김미희씨(21·여)는 인문계 고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보건전문대학을 나왔다. 김씨는 "전공을 살리는 취직이 어려워 액세서리 가게 점원과 휴대폰 부품 공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지만 오래 할 수 없었다"며 "다단계 사기마저 당할 뻔해 슬프고 분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외국으로 나가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임모씨(29)는 기업 공채시험에 줄줄이 떨어지고 지금은 어학원에 다니며 일본에서 일할 날을 꿈꾸고 있다. 임씨는 "대우가 아무리 나빠도 한국보다는 삶의 질이 나을 것"이라며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전 전문대를 졸업한 김모씨(25)는 아르바이트로 500만원을 모아 지난해 호주로 떠났다. 김씨는 "비정규직으로 떠돌면서 미래가 없는 일에 매달리느니 청소를 하더라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급기야 자구책을 찾아나서는 움직임도 있다. 대구·경북지역 청년단체는 16일 '청년실업해소 및 청년고용촉진법' 제정 청원운동 선포식을 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률을 5%대로 높이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를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미래전략연구원 황준욱 경제통상센터장은 "최근 금융위기로 시장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사업확장과 신규고용에 당분간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신규고용 감소는 교육훈련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청년층 고용기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청년고용 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슬·유정인·오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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