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들고 박람회 찾아 행원 됐어요

2013. 9.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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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코엑스서 '고졸 성공시대 취업박람회'

◆ 달라진 채용…스펙보다 능력 ④ ◆"작년 취업박람회장에서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 큰 기대를 안했는데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지원하니 좋은 성과가 있었어요. 후배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면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2월 안양 근명여자정보고를 졸업하고 NH농협 안양시청 출장소에서 근무 중인 류보람 주임(19)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바로 1년 전 열린 '고졸 성공시대 취업대박람회'에서 1차 면접자 500명 중 뽑힌 고졸(예정) 행원 10명 가운데 한 명이다.

류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금융세미나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정했다. 방학에도 휴일도 없이 학교에 나와 기본적인 금융자격증을 따고 매경테스트도 준비하는 등 열심이었다. 그러나 고3 1학기 때 일부 금융권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며 상심이 컸다. 다른 동기들처럼 수능 준비도 병행하지 않은 터라 심적 부담도 컸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도 믿기지 않았다는 류씨는 "선생님이 쉬는 날 공부할 때 학교에 나와 주시고, 박람회까지 함께 동행해 예상문제도 내주는 등 격려해 주신 덕분 같다"고 말했다. 1남2녀 중 맏딸인 류씨 입사가 확정되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맞벌이하는 부모님이었다.

류씨는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업무가 처음엔 낯설고 힘들었지만, 입사 후 지점과 본사 인사팀에서 각각 멘토의 조언을 받으면서 1년 새 부쩍 성장한 느낌"이라며 "보험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고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추도록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NH농협 관계자는 "처음에 너무 어려 걱정했지만 까다로운 고객 응대에도 적응하고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횟수도 줄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무척 든든하다"고 말했다.

고졸 행원들이 NH농협에 채용된 지 올해로 3년째. 현재 132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 지점에 근무하는 정다은 주임(19)도 류 주임 입사동기로 '고졸 파워'를 뽐내고 있다. 올 2월 동일여상을 졸업한 정씨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특유의 친화력으로 벌써 '단골 손님'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농협 서울 지역 스마트뱅킹 가입자 유치 실적에서 4위를 했고, 신용카드 발급 실적도 상위권에 올랐다. 젊은 세대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덕분이다. 정씨는 스마트뱅킹을 안내할 때도 단순히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 방법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은행을 많이 찾는 중국동포 손님들을 위해 중국어 회화에도 열심이다.

지난 13일 정씨는 창구에서 예금 인출을 하려는 중국동포 손님에게 '미마(비밀번호를 눌러주세요)' '셰셰(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중국어를 섞어 안내하고 있었다. 정씨가 현재 보유한 자격증만 회계, 전산디자인, 일본어 등 9개에 달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정씨는 "3년 후쯤 야간 대학교에서 좀 더 전문적인 금융 공부를 할 계획"이라며 "기회가 닿는다면 업무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만 간다는 청와대 지점이나 외국지점에서도 일하고 싶고, 먼 미래에는 꼭 지점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 오는 2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고졸 성공시대 취업대박람회'에서 1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창구 행원을 한 자릿수 뽑고, KDB생명도 비서직과 영업관리직 등 고졸 사원 12명을 채용하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박람회에는 총 133개 기업이 참여해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향후 구직자들에게 취업상담과 채용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행사는 상대적으로 취업정보 취득이 어려운 고졸(예정)자들을 겨냥한 국내 최대 규모 취업박람회다.

[이한나 기자 / 유주연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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