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폭주로 전산장애까지.. 최악의 취업 전쟁

김기홍 기자 2012. 9. 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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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실업률 8%대로 급등.. 지원자 많아 마감 늦추기도 삼성그룹 지원자 8만여명,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 금융·건설업계는 채용 축소.. 하반기 취업난 더 심해질 듯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오후 대졸 신입사원 지원서 접수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인사팀과 전산팀에 비상이 걸렸다. 지원서를 접수하려는 지원자가 한꺼번에 5000명이나 몰리면서 채용 사이트가 일부 접속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결국 지원서 마감 시각을 14일 오후 6시에서 19일 오후 6시로 5일 연장한다고 서둘러 공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감일에 접속이 늘어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접속 장애가 생길 정도로 접속이 폭주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장에 사상 최악의 취업전쟁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마다 입사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지원서 마감을 늦추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청년 실업률이 다시 치솟는 상황에서, 대기업 입사에 목을 매는 청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우리 경제가 올 하반기 제로(0)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데다가 내년 이후에도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최악의 취업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채 경쟁률 사상 최고"

지난주 대졸 신입사원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대기업은 일제히 마감 시각을 늦추었다. 12일 지원서를 마감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마감을 3시간, 14일 마감한 현대·기아차그룹은 5시간 연장했다. LG하우시스도 지난 14일 대졸 공채 지원서 접수 마감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급하게 연장했다. 이날 오후 한꺼번에 3000명이 접속할 정도로 지원이 쇄도하면서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아예 마감 시각을 14일 오후 3시에서 17일 오후 3시로 사흘이나 늦추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원서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둔 16일까지 지원자 숫자가 이미 지난해 전체 지원자보다 1만명 가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원래부터 취업난이 심하긴 했지만 올해 유난히 지원자가 많이 몰린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상당수 대기업이 올해 입사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K 등 일부 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늘린다고 하지만, 지난해 6%대까지 떨어졌던 20대(代) 실업률이 올해 다시 8%대로 치솟을 정도로 청년층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하반기 공채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삼성그룹은 지원자가 8만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지원자 수(6만여명)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서류 전형에 통과한 5만명 이상이 지난 16일 전국 70여개 학교에서 실시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을 봤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입사 경쟁률이 10대1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올해는 사상 최고인 20대1에 육박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건설은 채용 축소… 취업난 가중될 듯

수출이 주력인 대기업은 그나마 신입사원 채용을 확대하거나 예년 수준을 유지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 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권과 건설업계는 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쌍용건설은 지난주 면접을 앞두고 있던 지원자에게 회사 사정으로 공채를 전면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인 현대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 등도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입 행원 600여명을 뽑은 신한은행은 올해 신입 채용 규모를 400여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적은 100명 안팎으로 계획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올해 채용 규모(50명)를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였다. 특히 지난해 신입사원 20여명을 채용한 KB국민카드는 올해는 아예 채용 계획이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 데다가 새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없어 올해는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식 거래액 감소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업계도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올해 하반기에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5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지만, 아예 채용 계획을 철회하는 증권사도 생겨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있는 직원도 내보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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