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愛] LG텔레콤 엔젤 서비스 정상문·김상화·박윤식씨

2009. 6.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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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휴대폰이 물에…" 지푸라기 심정 고객의 든든한 동아줄집 찾아가 AS센터에 넘기는 업무… 욕설 퍼부어도 친절로 감동 안겨줘"고객들 99% 만족… 자부심 뿌듯"

휴대폰이 말썽을 부린 적이 있는가. 침수ㆍ충격에 의한 고장, 원인 모를 먹통, 통화품질 불량, 어처구니없는 분실까지…. 당해보면 안다. 환장할 노릇이라는 것을. 손바닥만한 기기에 남다른 사연까지 스며있다면? 어휴~ 상상하기도 싫다.

이런 일도 있었다. 등장인물 2인의 증언부터 들어보자.

#휴대폰 망가진 남자: 휴대폰에 물이 들어갔다. 켜지지도 않는다. 휴대폰이야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진은 죽어도 살려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 영정이다. 가난이 실어 철부지시절 훌쩍 떠났던 고향과 부모, 20년 만에 해후한 기념으로 아쉬우나마 휴대폰 카메라에 어머니를 담았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불효자로 산 것도 모자라 돌이킬 수 없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통신회사에 전화했더니 누가 찾아왔다. 애써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이 따위를 만들어 파느냐!" 휴대폰을 그에게 던져버렸다. 그런데 푸른 유니폼의 남자는 "침수는 고객 탓"이란 그 흔한 대거리도 하지않고 차근차근 듣기만 한다.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몇 시간 뒤 휴대폰을 들고 떠났다.

#유니폼 입은 남자: 실은 물에 빠진 휴대폰은 웬만해선 고치기 힘들다. 그렇다고 내가 기술자도 아니다. 사진만이라도 살려달라고 했건만 역시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선 수리가 불가하단다. 한 장 남은 어머니 사진을 잃은 고객의 애절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우여곡절끝에 침수된 휴대폰을 제조공장에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휴대폰이 돌아왔다.

다행히 결말은 따뜻했다. 고객은 사진 파일과 더불어 곱게 인화가 된 어머니 영정 액자를 선물로 받았다. 휴대폰에 대한 악감정 때문에 '악마'처럼 여겨졌던 유니폼의 남자가 '천사'로 느껴졌다.

유니폼의 남자는 사실 천사(angel)다. 그는 LG텔레콤이 운용하는 '엔젤 서비스'의 엔젤(총 150여명)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겪어본 고객들은 한결같이 엔젤이라는 명칭이 허명(虛名)은 아니라고 칭찬한다. 비결이 뭘까. 정상문(38ㆍ마포 관할) 김상화(34ㆍ군포) 박윤식(32ㆍ송파/성남) 엔젤을 만났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업무는 단순하다. 휴대폰이 고장 혹은 파손 난 고객의 집(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가 (공짜로 임대폰을 빌려주기도 하고) 고객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대신 A/S센터에 맡긴 뒤 수리가 끝나면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면 그만이다. 속된 말로 숫제 허드레 심부름꾼이다. 잘 쳐줘야 대행 업무일 뿐.

정작 당사자들은 손사래를 친다. 휴대폰의 생활 속 위상부터 생각해보란다. "단순히 전화만 합니까. 일상(스케줄과 메모)이 담겨있고, 인간관계(전화번호부와 문자메시지)가 녹아있고, 추억(사진)까지 스며있죠."(정상문) 휴대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이도 있고, 하루 24시간 끼고 사는 이도 있다. 한술 더 떠 부와 자부심의 상징(고가폰)이기도 하단다.

이 애물단지가 말썽을 부리면 미치고 펄쩍 뛸 일. 직접 수리를 맡기고 하릴없이 기다리기엔 현대인은 너무 바쁘다. 게다가 긴급하거나 중요한 연락이라도 오면 또 어쩌나. "그 심란한 과정을 대신 처리하고, 임대폰까지 빌려주니 꼭 필요한 '서비스 맨'"(박윤식)이라는 게 엔젤의 자부심이다. "아기 업고 휴대폰 고치러 갔던 고생이 떠올라 전업주부 5년차에 엔젤이 됐다"(김상화)는 얘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도 "솔직히 일은 쉬워보인다"고 여길 수 있겠다. 발품이야 들겠지만 그저 고객과 센터를 오가면 되니까. 그렇지 않다. 우선 화가 잔뜩 난 고객을 응대하기가 쉽지 않다. 욕설을 퍼붓고 휴대폰을 던지기도 하는 고객 앞에선 제아무리 착한 천성의 소유자라도 '욱' 하는 성질을 가끔 참을 수 없을 터. 센터에서 수리할 수 없는 경우라도 생기면 입장은 더욱 난처해진다.

바른 인상과 임기응변만으론 분명 한계가 있다. 교육과 훈련은 필수. 1년에 2차례 진행되는데, 커뮤니케이션 이론부터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의 '래포'(Rapport) 실습, 발음 및 어조 교정, 대화기술, 고객사례로 엮은 역할연극까지 촘촘하게 짜여있다. 지향점은 '혼이 담긴 서비스.' 경청하는 자세도 빠질 수 없다.

덕분에 "전화상으로 먼저 만나는 터라 목소리만으로도 상태와 성격까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청각이 발달하고"(정), "인사법도 고객마다 달라지고"(김), "자연스레 고객의 편이 되고, 가끔 전화로 빚어진 가정문제도 해결한다"(박)고 했다.

예컨대 센터에선 휴대폰에 문제가 없다는 데 고객은 증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도 많다. 엔젤은 고객의 전화를 직접 사용해보거나 함께 다니면서 확인한 뒤 고객의 요구가 정당하면 대신 나서 싸우기도 한다."일단 고객과 연락을 트면 정식 서비스 신청이 아니더라도 시시콜콜한 문제를 들어주고,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고 했다.

김인석 엔젤본부 운영팀장은 "서비스 이용고객 대상 평가(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 매우 불만)를 하면 '매우 만족'이라는 답이 95.6%, '만족' 이상은 99.3%"라며 "바로 엔젤의 자부심이자 존재이유"라고 거들었다. 참고로 서비스 점수는 엔젤 성과 평가의 절반을 차지한다.

연 평균 1,200명의 고객을 상대하니 버겁고 얄미운 상대도 분명 있다. "기기교체나 환불은 3자가 할 수 없는데 끝까지 우기는 고객"(박),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자신부터 해달라는 막무가내"(김), "서비스는 만족한다면서도 단말기 등의 가격 때문에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는 고객"(정) 등이다.

하나 더. 접수 3시간 안에 고객을 방문해야 하는 탓에 늘 시간에 쫓기고, 점심 거르는 일이 많은 것도 애로다. "서비스 로고가 랩핑(wrapping)된 차를 직접 몰기 때문에 안전운행도 신경 써야 하고, 고객과의 시간약속도 지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박)는 것. 속상하고 지칠 땐 역시 동료와의 통화가 위로가 된단다.

무엇보다 고객의 '불만이 만족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 힘의 원천이다. 고객을 존중하면서 스스로 존중 받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화 내는 고객보다 속마음을 숨기는 고객이 더 섭섭하다. "엔젤은 업무 대행자이지만 고객의 진실한 대변인이기도 해요. 무슨 불만이든 연락하세요."

신청 114, 1004(휴대폰) 1544-0010, 1544-1004(일반전화) lgtelecom.com(인터넷), 단 LG텔레콤 가입 고객만 이용 가능. 인터뷰가 끝나자 엔젤이 기자의 휴대폰을 정성스레 닦아줬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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