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도 불황.. 국선변호사 사상최고 경쟁

서동욱 기자 입력 2008. 12. 16. 14:39 수정 2008. 12. 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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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동욱기자][운영비 대기 어려워 쉬는 변호사 속출, 월급변호사 인기]'2005년 서초동 법조타운에 단독 사무실을 낸 L 변호사'세칭 명문 법대 출신도 아니고 재조 경력도 없는 그는 최근 사무실을 접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패기와 열정 하나로 개업한 그였지만 임대료와 여직원 급여 등 월 평균 500만원이 넘는 운영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에 상당기간 몸 담았던 또 다른 L 변호사'변호사 사무실을 낸지 1년이 채 안된 그는 최근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맡은 사건의 약정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것. 착수금을 받고 변호를 해 줬지만 판결이 난 뒤 '돈이 없다'며 나머지 금액을 내 놓지 않는 의뢰인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K 변호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초동 개인자택을 사무실로 쓰면서 임대료가 나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 그 역시 '성공보수금'은커녕 약속한 수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끝 모를 불황이 변호사 업계도 강타하고 있다. 전문직의 위기다. 휴업하는 변호사가 속출하는가 하면 변호사업계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던 '국선전담 변호사'의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월급 변호사를 하겠다며 로펌으로 향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고, 그룹 법무팀의 '변호사 0명 모집'에는 '000'명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래도 변호사인데'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16일 대한변협 등 관련단체에 따르면 올해(12월15일 기준) 휴업을 신청한 변호사는 218명이다. 4년 전인 2004년(126명)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매월 20여 명의 변호사가 명패를 내렸다는 얘기다.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연간 31.5건에 불과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업계 전체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판·검사 재직 경력이 없는 개인 변호사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도 껑충 뛰었다. 대법원이 국선전담변호사의 처우 개선을 의욕적으로 추진, 올해부터 급여와 근무여건 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경기 불황의 여파가 경쟁률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접수를 마감한 '2009년 국선전담변호사'에는 174명의 변호사가 지원했다. 40명 선발 예정으로 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15일자로 소인이 찍힌 우편 접수 분은 제외한 수치다.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 19명을 뽑은 2007년 경우 53명이(2.8:1), 23명을 선발한 2008년은 47명이 지원(2:1)한 바 있다.

로펌행도 러시다. 올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8908명 가운데 로펌 소속 변호사는 5192명(58.3%)으로 단독 개업한 변호사(3716명) 수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로펌 변호사가 개인 변호사 수를 처음 역전한 것은 2007년 6월이다. 당시에는 로펌에 속한 변호사가 4410명으로 개인 변호사(3913명)보다 500명 정도 많았지만 1년 반 만에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올해 2월 출범한 국가로펌인 정부법무공단의 경우 하반기 경력.신입 변호사 공채에 수십명이 몰렸다. 경력직 1명과 사법연수원생 2명을 채용하는 데 81명의 변호사가 지원했다.

최근 한화그룹이 변호사 3명을 모집한다는 공고에는 170여명이 몰렸다. 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고 경쟁률이라고 밝혔다.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며 개인 변호사들이 모여 합동법률사무소를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선변호사든 로펌이든 기업이든 '생존'과 '취업'을 위한 변호사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고 법률시장 개방으로 변호사 수가 갈수록 증가할 것을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법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로 변호사 경력 10년째를 맞고 있는 S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자격증이 수익을 보장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개업 시장은 초과상태를 넘긴지 오래"라면서 "자신만의 특화된 업무영역을 개발하지 못하면 변호사 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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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기자 sdw70@<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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